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혁명으로 불린다. GTX-A, B, C 등 3개 노선이 수도권 곳곳으로 뻗는 데다 일반 철도보다 속도가 3~4배 빨라 수도권 외곽 지역의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GTX 주변 집값은 개통 전부터 들썩이고 있다. 다만 한계도 있다. 기존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보다 2배가량 비싼 운임, 긴 역간 거리 등이 꼽힌다. 철도사업 과정에서 변수도 많아 개통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평균속도 110㎞…경기 일산서 서울 삼성동까지 20분 만에 도착
수도권 외곽 지역 최대 수혜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다. A·B·C 등 3개 노선이 추진된다. A노선은 파주~일산~삼성~동탄(83.1㎞)을 잇는다. 3개 노선 중 사업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했다. 사업비 3조3641억원을 투입해 정거장 10개소를 짓는다. C노선은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 노선은 양주(덕정)~청량리~삼성~수원 사이 74.2㎞를 오가는 철도다. 사업비는 4조3088억원이다. 이르면 올해 말 기본계획 수립을 마칠 예정이다. 가장 추진이 더딘 B노선(송도~마석)은 2017년 9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올 상반기께 나온다.

GTX의 강점은 속도다. 평균속도가 110㎞/h에 달한다.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네 배가량 빠르다. A노선 개통 뒤 일산에서 삼성동까지 이동시간이 8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된다. C노선 개통 뒤에는 수원역에서 삼성역까지 이동시간이 78분에서 22분으로 줄어든다. B노선을 이용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7분 안에 닿는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업무 지역과 멀고 교통망이 취약한 곳일수록 GTX로 더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파주 운정신도시, 양주신도시, 의정부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이다. 김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연간 4000억~1조원의 출퇴근 비용이 줄고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 주거 수요 상당수가 외곽으로 퍼져 서울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판 GTX ‘크로스레일’ 주변 집값 ‘쑥’

전문가들은 영국 런던의 ‘크로스레일’을 비교 사례로 꼽는다. 크로스레일은 런던 생활권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광역급행철도 건설사업이다. 2009년 착공해 올해 말께 전 구간 개통한다. 이 노선은 서쪽 레딩 지역에서 출발해 히스로공항, 런던 도심을 지나 동쪽 셰필드까지 118㎞를 잇는다. GTX 속도와 비슷하다. 지상구간은 최고 시속 160㎞, 지하구간은 100㎞로 운행한다. 런던 동서부 종점에서 중심지까지 45분 안에 닿는다.

현지 은행·리서치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크로스레일 주변 집값이 런던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로이드뱅크가 2016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크로스레일 주변 평균 집값은 2014년 34만4000파운드(약 4억9200만원)에서 2016년 42만1000파운드(약 6억원)로 2년 새 22% 상승했다. 런던의 평균 집값 상승률(14%)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런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레딩역(서쪽 종점) 주변도 23% 올랐다. 영국 리서치업체 GVA는 2021년까지 크로스레일 인근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55억파운드(약 7조8664억원)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두 배 비싼 운임… 한 달 15만원 ↑

다만 운임이 비싸고 정거장 간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GTX 2라운드의 과제와 해법’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GTX-A노선의 정확한 요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지난해 3월 제시한 사업제안서에 나온 요금이 전부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기본요금은 2419원(10㎞ 이내), 추가 요금은 5㎞당 216원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경제신문이 GTX-A노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보고서, 사업계획서 등에 나온 역간 거리를 파악해 예상 운임을 분석한 결과 1회 운임은 2400~5600원 선으로 파악됐다. 서울역 삼성역 등 도심으로 이동할 경우 운정~서울역 구간은 3499원, 운정~삼성역 구간은 3931원이었다. 동탄~서울역, 동탄~삼성역 구간은 각각 4147원, 4579원으로 운정보다 비쌌다. 평일 20일 왕복으로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 운임은 킨텍스~서울역, 킨텍스~삼성역 구간은 각각 13만9960원, 14만8600원으로 예상됐다.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비싸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화역~교대역 지하철 한 달 운임은 7만4000원이다. 킨텍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을 가면 한 달 9만2000원을 써야 한다.

운임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에서 “GTX 사업은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이어서 투자비를 이용자 요금으로 회수하는 탓에 요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TO는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정거장 간 간격이 멀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GTX의 역 간격은 A노선 8㎞, B노선 6.2㎞, C노선 7.2㎞로 서울도시철도(1.1㎞)보다 6~7배 멀다. GTX가 지하 40m 대심도를 지나는 까닭에 승강장으로 오르내리는 데만 5분 이상씩 소요되는 점도 GTX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완공까지 10년 이상 예상

긴 사업 기간도 변수다. 철도 사업의 절차가 수두룩해서다. 예비타당성 조사 뒤 기본계획 수립, 실시협약 협상 등에 2년이 걸린다. 협약을 맺은 뒤엔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통상 1년이 소요된다. 이후 공사 기간은 최소 5년이 걸린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2007년 처음 언급된 B노선은 아직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C노선은 계획에 담긴 지 7년 만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업비가 수조원에 이르는 점도 사업 지연의 걸림돌로 꼽힌다. 예산 확보가 어려워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사례가 흔해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21년 16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예정이어서 신규 사업할 여지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도 사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변수도 많은 만큼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