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주산업대 총장으로 선출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자녀 교육도 성공적으로 이끈 '200점짜리 아빠'로 통한다.

첫째 아들(김상현ㆍ26ㆍ경희대 한의대)과 둘째 아들(김서현ㆍ24ㆍ서울대 법대)이 모두 명문대로 진학하면서 '보통 아빠'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첫째 상현군이 고교에 진학하자마자 직접 희망 대학의 입학전형을 분석해 경희대 한의대를 수시전형에 합격하려면 내신 전 과목에서 '수'를 받아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고 결국 성공했다.

둘째 서현군과는 논술 준비도 함께 했다.

시사 관련 예상 문제 50개를 만들었고 채점관들이 읽기 쉽도록 복문이 아닌 단문을 쓰도록 주문했다.

김씨는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고 맞춤식 학습 설계를 짜는 일은 아버지가 더 잘 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들이 전략 수립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자녀 교육에 어머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신맹부(新孟父)'들이다.

이들은 회사 업무 등 사회 생활에만 몰두했던 전통적 아버지와 달리 자녀 교육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 직접 나선다.

국내 정보통신 대기업 간부인 이모씨(47)는 올해 경기고 1학년인 아들을 위해 업무 부서까지 바꿨다.

해외 출장이 잦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던 그는 국내 업무팀으로 자리를 옮겨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주말 입시설명회를 일일이 찾아다닐 뿐만 아니라 인터넷강의(인강)에서 뜨는 강사들의 이름도 줄줄 꿰고 있다.

그는 "교수인 아내가 바빠서 아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 말은 잘 듣지 않는 경향도 있어 아들 교육 지원을 위해 부서 이동을 회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렬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내 아이의 공부를 살리는 아빠 마음습관)까지 출간한 박재원 '비유와상징 공부연구소' 소장는 "일요일 저녁에 학부모 설명회를 열면 50% 이상이 아버지"라며 "직접 상담을 받고 정보를 수집하는 아버지의 숫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성 아버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40~50대 가장들이 자녀 교육을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지난해 아들을 연세대 사회과학 계열에 진학시킨 허용씨(증권사 간부)는 "아버지가 직접 입학설명회를 찾는 것은 반대"라며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아이의 적성을 찾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봉익 자기주도학습 전문기업 티엠디교육그룹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쉽게 찾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버지는 자녀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인생의 목표를 찾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