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해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아우디 자동차 제조사 및 수입사에 소비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23일 폭스바겐·아우디 차주 등 2501명이 폭스바겐그룹·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판매사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차량 제조사와 국내 수입사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차량당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손해배상액이 일부라도 인용된 원고는 총 2480명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엄격한 대기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유로5’ 기준을 통과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1월 정부는 15개 차종 12만5515대에 판매 정지, 과징금 처분, 리콜 명령 등을 내렸다. 이후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적은 배출가스로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는 2배가량 좋다고 광고해 이를 믿은 소비자로 하여금 동종의 휘발유 차량보다 고가에 차량을 사게 했다”며 차량 매매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고 대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비자들이 해당 이슈로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정신적인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들은 고가의 대금을 지급하는 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를 따지게 되고, 이에 따른 만족감이 꽤 강하다”며 “이번 이슈로 소비자들은 상당 기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주변으로부터 환경 오염적인 차량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어 불편한 심리 상태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인증 기준으로 삼은 것은 품질 보장이 아닌 환경 보호가 목적이고,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 요소로 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원고에게 재산적인 손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배출량이 많아져 연비가 좋아진 차량을 운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2015년 11월 인증 취소를 기준으로 이전에 차량을 소유하거나 리스한 원고 모두에게 적용된다. 대상 차량은 리콜된 유로-5 배출가스 기준(질소산화물 배출량 0.18g/㎞ 이하)을 적용받는 폭스바겐 티구안·아우디 A4 등 디젤 차량 15종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