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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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기상청이 부과하는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가 과다 인상됐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8개 항공사들이 기상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인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기상청과 산하 기관인 항공기상청은 기상법 등에 따라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하거나 인천비행정보구역을 운항할 때마다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부과·징수한다. 기상청은 2014년 초 이를 회당 6170원으로 결정하고 기상청 고시에선 "향후 사용료 인상협의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2016년에 실시한다"고 규정했다. 2018년 5월 사용료를 1만1400원으로 85% 인상하자, 항공사들은 과도한 인상이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 산정에 관해 기상청 등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인상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014~2017년 4년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9%이고, 항공기상청이 국토부장관 등과 사전 협의한 결과 당시 장관은 2014년 대비 15% 내외 인상률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은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기상항공료 사용료를 결정하는 권한은 기상청장에게 있고 "사용료 결정은 청장의 폭넓은 재량과 정책 판단에 맡겨진 사항"이라고 봤다. 대법은 기상청이 ‘정보 생산 원가’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일부 현실화한 것으로, 그 사용료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이 제시한 의견과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결론했다. 또 국토교통부장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제한도 법령 규정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05년도부터 국내·외 항공사 등 항공 기상정보 사용자들에 부과·징수해 온 사용료 총액이 ‘정보 생산 원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05~2015년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사용료 징수 부족액 누적 합계가 약 1300억원에 달해 국가 재정으로 충당됐다고 지적했다.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사용료 징수 예상 금액은 여전히 정보 생산 원가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는 점, 미국의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가 지난 2015년 기준 약 43.1달러(2015년 12월3일 환율 기준 약 5만211원)에 달하는 등 영국, 프랑스 등이 생산 원가 대비 95% 이상 수준에서 항공 기상정보 사용료를 결정한다는 점도 판결의 이유로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