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국민연합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대강국민연합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11개 물막이 보(洑)를 개방한 결과 주변 농민들이 농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1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농민들은 다 반대하는데 (4대강 보 상시개방)찬성론자들은 보를 개방해도 농사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3월 공주보를 전면 개방했다. 이후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해왔다.

이에 정부는 기존 농민들이 사용하던 관정(깊이 10m)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땅을 파서 농업용수를 확보했다. 새로 관정을 파는데 정부예산 1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들은 관정에서 물을 퍼올리려고 펌프를 가동하느라 전기사용이 크게 늘었다. 농민들이 부담하는 전기료는 연간 2~3만원에서 10~30만원 수준으로, 최고 10배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응진 사무국장은 "당연히 정부 측에 보상을 요구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일을 예상해서 보 개방을 반대했던 것인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은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응진 사무국장은 "전기요금을 보상해준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상당수 농가는 펌프를 사용해도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다시 보를 닫고 담수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 개방 및 해체를 추진하는 가장 큰 명분으로 환경보호를 들었으나 최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수질 지표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인 함량(T-P) 등이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 해체가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 짓기 어려운 셈이지만 정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보고도 올 초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곳 중 3곳을 영구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측 관계자는 "가뭄 때는 수문을 닫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놓으면 그만이지 아예 해체까지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니까 이번엔 '경제성'때문에 해체해야 한다더라. 환경부는 공주보를 철거하면 연간 2억원 정도 이익이 있다고 발표했다. 새로 지하수 관정 파느라 드는 예산, 전기요금, 농업 피해 등을 고려하면 연간 2억원 정도 경제성을 이유로 해체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유독 공주 주민들 반발이 심한 것과 관련 배후설도 제기된다. 공주 지역 국회의원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그러나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측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보 해체를 막아달라고 지역 정치인들에게 부탁했다. 공주시장과 충남도지사가 다 민주당 소속이다. '시민 있고 정당 있지, 정당 있고 시민 있느냐'고 보 해체를 막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다수인 공주시의회도 보 해체 반대 의견을 결의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