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사설(14일자) 역사적 남북합의 실천에 온 민족역량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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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13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통한 통일을 기약하는 전문4장 25조로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민족통일을 위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전문에 명기되듯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겨레의뜻에 따라" 이제 우리는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여 민족적 화해를이룩하고 무력에 의한 침략과 충돌을 막고"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민족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추구해 가는 역사적 사업을 이룩해 가야하는 출발점에서게됐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측이 이번회담에서 제의했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문제를 뒤로 미루었다는 점이다. 양측은 13일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 핵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2월안에 판문점에서 대표접촉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문제는 금후 "합의서"의 실천문제와 관련한 본질적인 사항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남북한이 무력에 의한 침략을 하지 않는다(제9조)는데 합의한 이상 한반도의 불씨로 남아 있는 핵문제의 해결없이 진정한평화정착이 가능할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또한 "합의서"를 보고 우리가 느끼는것은 지난 38년동안 계속되어오고있는 지금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것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휴전의 주체문제와 관련하여 남북한쌍방이 자주적으로 해결해보고자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감지할수있다는 점이다. "합의서"전문은 남북한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 군사정전협정과관련하는 한 북한측의 의도가 대미관계개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를 좀더 광의로 해석한다면 북한의 "하나의 조선"정책에 내포된 정치노선이 그대로 견지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는 중요한 대목이라 할수있다. 이제 우리는 내년 2월19일부터 발효될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한총리가서명한 "합의서"의 실천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어갈 정치분과위원회를 비롯군사분과위,경제교류 협력공동위와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가 쌍방 합의대로발효,설치되어 1천만 이산가족을 포함한 7천만 겨레의 숙원이 하나씩 풀려가기를 고대한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 가는데 있어 이번 "합의서"중 특히 우리의 주목을끄는 것은 첫째 북한이 지금까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온 신문 라디오텔레비전및 출판물의 교류와 협력을 실시토록 우리측 요구를 수용한점이다. 이는 북한의 대외개방문제와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뜻을내포하고 있다.동서독의 통일을 포함한 동구권국가들의 개혁과 개방의 시동은 유럽제국의전파매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금후 북한의 정책의지를 가늠할수 있는 기본적인 척도가 될수 있다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경제교류. 협력공동위원회"가 구성케 됨으로써 앞으로 본격적인남북한경협시대가 전개될 기본적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자교역을 비롯해서 합작투자와 자원공동개발,제3국공동진출등 다양한경제오류협력이 크게 활기를 띠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물자교역에서는 직교역확대와 청산거래방식도입이 예상된다. 지금 북한은 각종 생필품 결핍현상에 겹쳐 지난70년대 이후 서방국가로부터의 외자도입에 의한 외채문제는 물론 소련의 외채만도28억5,000만루블(약31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중 올해부터 95년까지 갚아야할것이 21억루블이다.이빚을 갚기위해 북한은 소련의 하바로프스크와 아무르지역의 산림개발에 약1만5,000명의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는가하면 시베리아 원동지역에도 약8,000명이 각종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노역비를 외채상환에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북한과 소련과의 외채문제를 감안할때 이번 5차고위급회담의 합의내용에 따라 남북한과 소련과의 3각협력관계로 발전시킬수 있는 토대도 마련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미진했던 쟁점들이 판문점상설연락사무소를 통해 수시 협의됨과 동시에 보다 근원적인 과제는 내년에개최될 것으로 믿어지는 노태우대통령과 김일성 북한주석과의 정상회담을통해 해결될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의 실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결코 서두르지말고 차근차근 끈기있게 풀어가는 자세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만은 민족을 실망시켜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