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사설 (29일) I > 불황형으로 바뀐 기업자금난
입력
수정
중앙은행인 한은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자금순환동향은 수개월 늦게나마우리 경제의 흐름,특히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을 파악하게 한다. 막공개된 3.4분기 자금순환동향 내용도 그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은 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그대로 말해준다. 기업들의자금부족규모가 이 기간중 8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6,700억원 25.1%,또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서는 1조4,500억원,21. 2%가 각각 증가되었다.그런데 정작 더욱 주목할 것은 자금부족의 원인이 투자보다 주로수출부진과 재고증가등에 있는것으로 분석된 점이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일반이 모르는 사이에 벌써 경기후퇴와 불황쪽으로 서서히 빠져들기시작했다는 암시일수 있다. 한은의 자금순환동향에 나타난 고정투자증가율은 20%이상 혹은두자리수에서 지난 3분기에 비로소 7. 7%로 크게 둔화되었다.건설경기진정이 한가지 원인일수도 있겠으나 제조업설비투자가 자금난과고금리 그리고 불안한 경제전망등으로 다시 주춤해지기 시작한게 아닌가보인다. 반면에 기업들의 공산품및 수입품재고는 전분기와 1년전의 감소세에서1조원이상이 늘어나 결국 기업들이 내수와 수출의 동시매출부진으로 곤경을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매출부진은 곧 불황을 의미하며 그런 현상은 다시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3분기중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규모가 14조원으로 2분기에 비해 4조원이상늘었으나 동시에 각종 예금과 유가증권등의 형태로 굴리는금융자산운용규모가 2조5,000억원이상 늘어난것은 그 상당부분이"꺾기"로서 결국 기업 자금난과 금융비용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졌을 현실을반영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할 것은 기업들의 부족자금 조달원천에서 개인부문비중이 크게 축소되고 정부와 해외부문의 그것이 상대적으로 확대된점이다. 1년전만해도 해외자금의 기업자금부족 보전율은 마이너스였고정부부문의 그것도 과히 크지 않았다. 개인부문이 74. 3%를 점했었다.그러나 이제와선 55. 1%로 격감되고 정부와 해외부문이 각각 17. 7%와16. 8%를 떠맡게 되었는데 이같은 현상은 민간소비가 아직 왕성한 편이고한편 국제수지적자확대로 외자차입이 확대되기 시작한 현실을 말해준다. 달라진 자금흐름을 살펴 어떻게 하면 제조업과 수출부문 자금난을우선적으로 덜수 있을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