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칼럼 > 도시의 야경 ... 김용원 삶과 꿈대표

김용원 30여년전 첫 해외여행길 홍콩에서의 일이다. 붉은 글씨의 간판들이복잡하게 내걸린 도심의 대로를 꽉메운 사람들의 왕래에 부딪쳤다.알아들을수도 없는 라 라 요란하게 떠들며 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보며 외국이구나 하고 실감했으나 다음순간 이속에서 내가 어떻게 된다면하는 걱정이 뒤따랐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말은 안 통하고,방향도 모르고 답답하기만 했다.그러나 누구도 나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았고 아니 쳐다보지도 않고 제갈길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 설사 내가 죽어 넘어지더라도 눈하나 깜빡할사람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그후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많이 했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생전처음 보는 인종의 인파속에서 알아들을수 없는 말에 휩싸이게 된다.그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기자신을 혼자 발견하는 느낌은 처음 홍콩때와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작고한 김환기화백이 훌쩍 뉴욕으로 떠났다가 한참만에 그림한장을 들고 서울에 돌아 왔었다. 큼직한 캔버스 푸르스름한 바탕위에수없이 많은 점을 찍은 그림이었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하는제목을 붙였다. 직접 얘기를 들은바는 없지만 2년쯤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뒤늦게 가서 말은 통하지 않고 그림은 잘 안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고달픈 뉴욕생활"끝에 남은게 맨해턴 고층빌딩들의 여전한 불빛뿐이었을것같다. 고달프고 답답한 가운데 동양적 사고로 짧고 유한한 삶,그리고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고층빌딩의 불빛,문득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들만나랴 싶었을 것이다. 나의 추측이다. 한국은 복잡하고 신문을 보면 저마다 잘 살아보겠다고 아귀다툼들이다.때때로 무슨 잘못 무슨죄로 구속되는 사진들도 나오고,뒤돌아 보면명멸하는 네온사인의 불빛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따지고 보면잠깐이고 일장춘몽이다. 각박한 속에서 하루살이처럼 뒤엉키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무엇일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