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배지의 표리

"김일성배지"만큼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로 되어있는 것은 없을듯하다.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북한의 외교관들이 구시대의 유물인개인숭배의 배지를 가슴에 달고다녀야 하니 주목을 받을수 밖에 없는노릇이다. 김일성배지는 북한의 전 국민이 달고다니는 일종의 패물이다. 물론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라고 그쪽사람들은 주장하지만 "위대한 수령"에 대한충성심의 표시로 달고다녀야 한다면 강제이상일수도 있다. 김일성배지는달고다니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다. 당의 고위간부는깃발모양의 배지를,경비원같은 하급관리들은 부채꼴의 배지를 패용토록되어있다. 그리고 일반서민들은 원형속의 김일성 초상을 가슴에 달도록"계급화"되어있다. 우리 국회의원님들이 난데없이 지금까지 "애용해온" 금배지를 버리고새도안으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권위주의적 성격을 없애고 국민에 대한친밀감을 제고하기 위해"(제안설명)멋없이 큰 지금의 금배지를 좀더 작은모양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색 무궁화 모양은 그대로 두되보라빛 원형판으로 뒷받침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갑자기"국회의원들의 금배지가 바뀐 속사정은 다른데 있는 모양.지방자치제의 부활로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배지가 너무나 국회의원의금배지와 비슷해 지방의원들의 배지와 차별화 고급화하는데 그 목적이있다는 이야기다. "권위주의를 없애자"는 취지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세를더욱 확실히 하자는데 여야가 일치단결했다는 뒷이야기다. 새 배지의 바탕이된 보라색은 전통적으로 일본황실의 심벌이다. 그래서일본의 국회의원 배지가 무라사키(자색)벨벳의 바탕에 콩만한 금마크가한가운데 들어있어 황실의 권위를 국회가 나누어 갖는 절대권력의 마크로정착되어있다. 우리국회의원님들의 새 배지는 누가 보아도 지방의원들의 배지와 구별하기위해 일본국회의원들의 "권위"속으로 끼여든 꼴이 되었다. 한국의국회의원말고는 세계에서 오직 일본의 국회의원들만이 애용하고 있는 그금배지를 무슨 이유로 달고다녀야 하는지 알수없는 일이다. 정치선진화의꿈을 자색금배지로 이루려 한다면 그꿈은 단연코 헛된 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