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게민 국제부장 .. 세계대기업 몰락의 교훈

"거대기업의 몰락"(The fall of big business). 영국의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4월17일자 사설제목이다.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이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순발력이 뛰어난중소전문기업들에 밀리면서 쪼그라들거나 분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얘기다.금세기 성공의 본보기였던 GM(제너럴 모터스)이나 IBM 필립스등의기업재편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이러한 거대기업의 퇴화는 지금 시작에불과하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게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무역장벽의 제거""금융자본시장의 개방""소비자욕구의 다양화""컴퓨터의보급"등이 거대기업들을 시련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변화요인들로꼽았다. 무역장벽이 많고 금융및 자본시장의 개방이 덜돼있던 시절에는시장개척이나 값싼 자금의 동원에 있어서 대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차지했었다. 그러나 시장개방으로 이러한 상대적 우위가 없어졌다. 또대량생산을 통한 비용절감과 정교한 기술,과학적인 경영관리등도 대기업의장점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소비자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순발력있는 중소기업이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기술개발이나경영관리등에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의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게 됐고그만큼 품질차이도 없어지게 됐다. 유명브랜드의 매력도 사라지고 있다.결국 종래 대량생산의 이점으로 인식돼오던 "규모의 경제"에 대한 개념이모호해지게 됐다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비슷한 지적은 17일자로 발행된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천지에도 실려있다. "2000년의 기업변화"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예상되는 여섯가지 변화중기업규모가 작어지고 고용인원도 줄어들것이라는 점을 첫번째로 들었다.나머지는 기업조직이 피라미드형에서 거미집형으로 변하고 따라서 노동의형태도 수직적분업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수평적분업으로 바뀐다는것이다. 또 노동인력의 핵심은 전문기술자들이 차지하고 생산의 개념이"서비스제공"으로 대체되면서 업무수행에 고도의 지식과 많은 생각을필요로하는 노동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변화는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거대한경영혁명의 파도가 밀려오는 양상이다. 과연 우리의 기업,특히 대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느만큼 대비하고있는지 궁금하다. 요즈음 정부가 마련중인 신경제5개년계획의 핵심내용중하나가 경제력집중완화시책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기업경영구조를뜯어고치겠다는 것도 있다. 항간에는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그룹을 해체한다는 루머도나돌았다. 공정거래법강화로 기업분할명령제의 도입등 극단적인아이디어가 거론되기도했다. 소유분산을 촉진하고 경영지배구조를선진화하겠다는 점은 작성지침에서 명시한 사항이다. 우리기업이나아가야할 변화의 방향이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경영구조를 바꾸겠다는것이 어딘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진것 같고 어색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정부가 기업경영구조를 개편하겠다고나섰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관계로 요즈음 대기업들과 정부사이가 예전보다 다소소원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느쪽에 책임이 있든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아니다. 기업쪽에서 보면 불필요한 낭비도 있게된다. 세계의 대기업들이급박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위해온 정력을 쏟고있는 현실을 감안해보면안타깝기 짝이 없다. 행여 요즈음의 대기업애로를 일시적인 불황의 탓으로 돌리고 경기가살아나면 모든게 정상화되리라고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거대기업의 몰락과 퇴조는 결코 불황탓이 아니라 21세기진입의 길목에서나타나는 거대한 일반적 흐름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멸"의 비운을 맞을수도 있다는절박감을 인식하는게 급선무다. 지난 15일자 일본주간경제지 "다이아몬드"는 다니엘 벨 미하버드대교수의"거대기업 붕괴와 플렉시블(융통성있는)기업의 대두"라는 특별논문을싣고있다. "대량생산시스템과 거대공장은 이미 시대에 뒤진것이다. 적응력이 높은소규모의 공장과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새로운기술개발과 "규모의 경제"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모든 기업에 이같은 변화가요구된다" 이것이 벨교수의 결론이자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