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39) 제1부 전야

"두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은 빼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애요" 시즈부인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세키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나어딘지 모르게 간절한 애원 같은 것이 담겨있는 듯한 그런 눈빛이다. 좀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 세키는, "뺀다면 형인 유스케를 빼야 되겠지"하고 말한다."그래야죠 뭐. 지사에몬은 자기를 뺀다고 하면 펄쩍 뛸 거라구요""알았어. 상의를 해보지" "오빠,꼭 그렇게 되도록 해야 돼요. 두 형제가다 죽다니,안됐단 말이에요" 시즈부인의 눈매에 묘하게 어색해 보이는 웃음이 살짝 지나간다. 세키는 속으로 아하,싶다. 바람결이 찬데,매화나무에 벌써 꽃이 여러 송이 발그스레한 빛으로 피어있었다. 세키는 시즈와 유스케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슬그머니 질투같은 것도 고개를 쳐들었으나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미망인이 된몸이니 사람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자인 아리무라유스케는 자기가 왜 거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빠지게되었는지,그 내막을 몰랐다. 그저 겉으로 말하는대로 거사 후의 일을담당하기 위해서 실제 작전에서 제외된 것으로만 알았다. 거사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자 마쓰코도 태도가 달라졌다. 표정이침울해져 갔고,말수가 적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박물장수로 변장하여 일에기꺼이 협조했던 그 열성도 어느덧 시들해져 버린 듯 하루는 따라나서지도않았다."아니,왜 그래?어디 아프기라도 하니?" 시즈부인이 물어도, "몰라" 하고는 돌아앉아 버렸다. 마치 무슨 대단히속상하는 일이라도 있는 듯 토라진 얼굴이었다. 그래서 시즈부인은 혼자서 행상 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설 도리밖에없었다. 마쓰코는 지사에몬 때문이었다. 그들 형제가 함께 실제 작전에 참가하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형인 유스케는 빠지고,지사에몬 혼자만 참가하게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별안간 심사가 걷잡을 수 없이 착잡해졌던것이다. 차라리 형인 유스케가 참가하고 지사에몬이 빠졌다면 얼마나좋을까 싶으며 부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했다. 마쓰코는 지사에몬을 여전히 오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오빠와 영원한 이별이라니,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