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44) 제1부 전야

"그래도 좋다면?" "누가요?" "마쓰코가." "마쓰코가 그랬어요?""응,자네만 좋다면 결혼하겠다는 거야. 아버지가 꿈에서 시키신 대로..그리고 가만히 보니까 말이야 마쓰코가 자네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는 것같더라구" 그말에 지사에몬은 좀 곤혹스러운 표정을 떠올리며 살짝 눈길을 내리깔고잠시 말이 없더니,조용히 얼굴을 들고 시즈부인을 바라본다."그럼 부인께서도 마쓰코를 저에게 결혼시키고 싶으세요?" "솔직히 말해서나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구. 자네 말마따나 내일 모레가거사일인데,결혼을 하다니 말이 안되거던" "맞아요. 말이 안된다구요""그런데 그런 꿈을 꾸었으니. 나 혼자만 꾼게 아니라,마쓰코도 똑같은 꿈을꾸었다니까,너무 이상한 일이잖아. 틀림없이 돌아가신 그이의 영혼이나타난 거라구. 영혼이 나타나서 결혼을 시키라는데,그말을 무시해버리기도 찜찜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니까" 지사에몬은 좀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분명한 어조로 말한다."꿈을 가지고 뭘 그러세요" 그러자 시즈부인은 그말을 거절의 뜻으로 받아들여, "하긴 그래. 꿈을가지고 내가 공연히 쓸데없는 생각을 한것 같애" 하고는 조용히 웃는다.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섭섭한 그런 웃음이다. 그런데 그날밤 시즈부인은 또 그런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남편이 내실의문을 열고서,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는 자기에게 지사에몬을 사위로삼으라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느냐고,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곁에는지사에몬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지사에몬이 내 원수를 갚아주는데,사위로 안 삼다니. 꼭 삼아야 된다구.알겠지?안 그러면." 남편은 유난히 하얀 얼굴에 싸늘한 표정을 떠올리며 매섭게 노려보고는돌아서서 혼자 사라져갔다. 아침에 얘기를 들으니,마쓰코 역시 또 똑같은 꿈을 꾼 것이 아닌가.아버지가 지사에몬을 데리고 와서 자기방의 문을 열고,왜 결혼을 하라는데말을 듣지 않느냐고,화를 내더라는 것이다."나를 노려보시며,지사에몬이 내 원수를 갚아주는데,네가 남편으로 삼아야될 거 아냐. 안그래? 꼭 그래야 된다구. 안 그러면. 하시고는사라지시잖아" 마쓰코의 말에 시즈부인은 절로 등골에 소름이 좍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