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추리여행] (11) 지구의

추리여행이 "재미있다. 기발하다"는 칭찬전화도 많지만 "뭔가 논리에맞지 않는다"는 항의 전화도 적지않다. 거기에다 법률상담까지 가세하고있다. 그중에는 추리여행란에 싣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추리소설 같은것도 많다. 지난 5월초 추리여행을 시작해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손님 한분이 찾아왔다. 한손에 지구의가들려있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잃을뻔한 수억원의 돈을 찾을수 있는 힌트를제공하게 된다. 손님은 성이 박씨로서 지구의를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S그룹의 무역상사를 통해 해외로 지구의를 수출했었는데 5년전 K그룹으로수출상사를 바꾸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S그룹 무역상사를 통해마지막으로 선적한 8억원쯤 되는 수출대금을 S그룹 담당자가 이핑계저핑계를 대고는 지급을 미루어왔다. 처음에는 수입상사가 크레임을걸어왔다고 하더니,시간이 지나면서 결재가 나지 않았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박씨가 그만 사기사건에 휘말려 교도소를 들어가게됐다. 얼마뒤 박씨 기업은 부도가 났다. 박씨가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를나왔을때는 기업은 풍지박산나고 기다리고 있는건 채권자들뿐이었다. 그가출소한 것을 용케 안 채권자들이 집까지 쳐들어와서 돈 내놓으라고아우성을 쳐댔다. 반면에 그의 채무자들은 꼭꼭 숨어서 나타나지를않았다. 박씨는 채권자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면서 한편 자기 채권을확보하려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부도난 회사의 채무는 갚지않아도 된다는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그것이 영 쉽지가 않았다. S그룹의 수출대금도 그렇다. 담당자가 바뀌어 새인물이 그일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퉁명하게 자기는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 일단 물러나온 박씨는 여기저기 처박혀있던 예전서류들을 뒤져 대금을 찾는데 필요한 서류를 챙겨 다시 S그룹을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다시 지급거절을 당했다. "채권 소멸시효가지났다" 그가 이유를 따져 물었더니 상대방이 내뱉은 말이었다. 이렇게 해서 필자를 찾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채권소멸 시효기간을계산해 보았더니(소멸시효가 일반채권은 10년,상사채권은 5년이다) 어제24시로 완성돼 버렸다. 박씨의 채권은 이제 어떻게 할수 없게 됐다.법전을 펴보이면서 박씨에게 설명했더니 "며칠만 서둘렀어도. "하면서낙심천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사무실을 나갔다.측은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필자는 다른일로 바삐보내다가 몇시간뒤 책상위에 박씨가 놓고간 지구의를 이리저리 돌려보다소리를 내질렀다. "있다. 방법이 있다" 다 죽게된 바둑에 기가막힌 묘수가 발견됐던 것이다. 휴지조각으로전락됐던 8억원의 채권증서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지구의의 무엇이 필자에게 묘수를 발견하게 했을까.[ 답 ] 태평양의 날짜경계선을 넘으면 우리보다 하루가 늦다. 서울에서는 어제24시로 시효가 끝났지만 하루가 늦은 미국은 아직 시효기간내에 있다.미국 LA의 친구에게 급히 팩스로 소장을 부쳐 S그룹의 LA 지사를 상대로청구소송을 제기하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