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망향민'의 고향휴가

"고향은/노고지리 초록빛 꿈을 꾸는/하늘을 가졌다//폴폴 날리는아지랑이를 호흡하며/신냉이도 자라고/할미꽃 진달래 송이송이자라고//.언덕을 지나고 시내를 건너고/봄은 노래 맞춰/고향으로간다//고향은 아직도 내 마음에/너그럽다"김수영시인의 "고향"이라는 시에나오는 그리움의 흔적이다. 태어나 자라면서 뛰놀던 집과 산천의 아련한 모습,가까웠던 일가친척과다정했던 이웃친구의 생생한 모습. 시골에 고향을 가졌던 사람이라면누구나 그러한 추억의 흔적들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 흔적들이 어느 한찰라에라도 무의식의 세계에서나마 되살아나는 것이 인간의 상정이다.고향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도시인들중에는 고향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이많은 것 같다. 실향민이 아니고 망향민이다. 여름철 휴가를 맞아서도고향을 찾아 가기 보다는 짜증스러움만이 기다리는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것이 일반화 되었다. 많은 비용을 뿌려가면서 장사진을 친교통지옥,북적대는 사람들의 도가니에 너도나도 뛰어들기를 마다하지않는다. 거기에는 휴식보다는 피로,피서보다는 혹서가 기다릴뿐인데도말이다. 산업화가 재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시골을 떠나 도시로 마구 몰려든사람들의 당연한 심리적 행태일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생활에 쫓기고빡빡한 생계꾸리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고향을 떠올릴 마음의 여유가없었을수도 있다. 또 지난날의 지겨웠던 가난과 고달팠던 일의 괴로움을되돌아 보고 싶지 않은 심정이 은연중 깔려 있을수도 있다. 그 이유야 어떻든 망향민들의 그러한 행태가 꿈에도 가볼수 없는 북쪽의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눈과 가슴에 어떻게 투영될지 마음을 저미게한다. 실향민들에게 고향은 영원한 종교와 같은 존재이어 왔다는 점을떠올려 본다면 고향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고도남는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기울어가는 농촌현실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벌이고 있는 "고향으로 올여름 휴가 가기운동" 또한 고향을 잊어버리고도시생활에 묻혀버린 망향민들에게 고향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수 있는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