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우리들의 놀이문화 .. 이광주 인제대 교수

여름방학이 지나 개학이 되면 캠퍼스에서는 으레 바캉스 이야기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직장, 시장이나 주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각된다. 아니 이제는 바캉스를 화제로 삼는 것이 어쩌면 촌스럽기까지 하다. 바캉스 계절뿐만 아니라 연휴때면 민족 대이동의 풍경이 여기저기에서벌어진다. 바야흐로 "유낙"의 정열이 온 국토를 누비고 있다고 할까. 유럽 12세기는 "대이동의 시대"로 기록된다. 성직자는 순례길에,기사학식자 학생 장인 광대등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집과 고향을 등지고나그네길을 떠났다. 당시 그들은 가사를 정리하고 유서까지도 남겼다고한다. 그만큼 방랑길은 불확실한, 어쩌면 생사를 건 길이기도 하였던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여행길은 어떠한가. 그것은 기대에 찬 즐거움이요,일상적인 자기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놀이"의 성격이 짙다. 서양사람들은 1년열두달 열심히 일을 하는 보람을 여름 바캉스에서찾는다고 하지만 우리들도 일하는 보람만큼 여가의 즐거움을 소중한 것으로여기는 경향이 날로 더하여지고 있다. 그것은 그것대로 나쁠 것이 없다. 순수무구한 기쁨의 감정과 축제적 연대의식을 만들어 내는 놀이의 본질은분명자기의 재창조에 이어진다. 그러나 놀이도 사람에 따라서 천의 얼굴을 드러내게 마련이나 우리의놀이문화는 과연 어떠한가.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동료들과의 만남의 자리, 산행이나 크고 작은여행길, 우리의 놀이 행태는 얼마만큼 성숙한가. 옛 중국의 삼국지 동이전에 우리민족을 가리켜 유음가무에 능하다고하였지만 근래 우리의 놀이 행태가 대체로 무리를 이루어 먹고 마시는데남달리 능하다는 인상은 저버릴수 없다. 개인의 사람됨이나 한 국민의 수준은 일하는 모습에서 보다도 오히려 그가즐기는 놀이의 모습에서 찾을수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