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69) 제2부 대정변

"나한테 입궐을 하라고?뭣 하려고?" "대감어른께서 의정이 되셨다고합니다. 총재는 아리스가와노미야다루히도친왕이시고, 그밑에 의정이 열분인데, 그속에 대감어른께서 드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신정권의 핵심 각료가 되신 거지요" "듣기 싫다. 나는 그런 거 할 생각 없느니라" 아침술이라 취기가 빨라서 야마노우치는 어느덧 눈알까지 약간 불그레물들어 있었다. 고야마는 적이 난처했다. 그냥 물러가기도 뭐해서 머뭇거리다가,"대감어른,아침부터 웬 술을 그렇게 드십니까? 몸에 해롭습니다요. 그만드시고, 식사를 하시지요" 하고 조심스레 여쭈웠다. 그러자 야마노우치는 불그레한 얼굴에 비로소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세상이 너 뜻대로 안되니 술이라도 마실 수밖에.내 걱정일랑 말고,자네는어서 가서 번저의 일이나 보게나" 하고 말했다. 야마노우치가 입궐을 한 것은 그날 오후 늦게였다. 아침술에 취해서 한숨자고나니 점심 때가 지나 있었고,점심을 먹으면서 다시 한잔 마시고난그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판국인지 한 번 가봐야겠군" 하고일어섰던 것이다. 신정부의 의정으로 임명된 다섯 사람의 번주 가운데 게이슈번의아사노나가고도와 에쓰젠번의 마쓰다이 라요시나가, 그리고 비슈번의 도쿠가와요시가쓰는 전날의 회의 때부터 참석하여 조정에서 밤을 새우고,계속 머물러 거사 후의 비상회의에도 참석해서 유신정부의 탄생에 동참하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사쓰마의 번주 시마즈다다요시는 밖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가 조정으로부터 입궐하라는 연락을 받고 점심 때가 지나서야 조정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다섯 번주 가운데서 도사번의 번주인 야마노우치가 맨 나중에조정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것도 주기가 감도는 그런 얼굴을하고서 말이다. 유신정부의 첫 회의가 개최된 것은 그날 오후 여섯시께였다. 회의장인소어소의 최상단에는 메이지천황이 자리를 잡았고,그 아래칸에 총재를비롯한 의정 열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또 한 칸 아래쪽에참여로 임명된 스무 사람이 줄을 지어 앉았다. 그 참여의 좌석에사이고다카모리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히구로우도구치에서바깥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