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인민군포로 32명 제3국서 40년만에 서울방문
입력
수정
조국분단과 이념대립의 현실에서 갈등하다가 휴전협정 뒤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으로 향했던 76명의 인민군 포로 중 32명이 문화방송의 초청으 로 13일 고국땅을 밟았다. 지난 54년 2월 인천항에서 인도군함을 타고 고국을 떠났던 이들은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제3국으로 흩어져 40여년 동안 조국분단의 또다른 피해자로 대부분 힘겨운 삶을 이어왔다. 이들 중 일부는 그동안 조국에 다녀가기도 했으나 대부분 생활고에 허 덕이면서 고국을 잊고 살아왔다. 또 일부는 전쟁과 이념대립으로 상처난 조국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싶었던 듯 우리말을 잊어버리기도 해 분단의 상처를 온몸으로 안고 있었 다. 이들은 이날 서울타워호텔에서 고국방문 기자회견을 갖고 제3국행을 택했던 자신들의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전쟁과 이념 대립으로 황폐해진 조국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조국을 버린 배신자로 40여년 동 안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해방 당시 김구 선생 노선을 지지했다는 임이호(68.브라질 거주.상업)씨는 "남과 북이 중립국으로 통일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기 에 전쟁으로 두동강난 조국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떠났다"고 말했다. 전쟁이 터졌을 당시 19살로 김일성대학에 다니다 징집당했던 임익간(62.아르헨티나 거주.제약회사 근무)씨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당시 제3국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소박한 생각이었으나 이렇게 길어졌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32명은 오는 20일까지 7박8일 동안 판문점과 거제도 포 로수용소 등 자신들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흔적들을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