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서툰영어 사용 낭패보기 쉽다...억울한 사례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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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최완수특파원] 영어가 서툴면 올데가 못되는 곳이 미국인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에서는 영어 미숙으로 큰 곤욕을 치르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교환학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와 있던 한 일본고교생이 밤중에 할로인 데이 파티장을 찾아가다가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가 집주인의`프리즈''(꼼짝마라)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바람에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일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또 지난달에는 뉴욕주 메리마운트 칼리지에 어학연수온 한 한국대학생이 기숙사 사감과 싸운 뒤 경찰에 연행됐다가 영어미숙으로 정신병자로몰려 보름이상 교도소 정신병동에 감금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한 독일인이 영어미숙으로 항공기 폭파범으로 몰려 9개월이나 감옥살이를 한 일이 일어나 화제. 23일 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요한 피터 그르제가 네크라는 23세된 이 독일청년은 지난 1월 미국에서 관광여행을 끝내고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미국항공기를 타고 독일 하노버로 가던 중 술에 조금 취한 상태에서 소변이 마렵자 승무원에게 독일 속어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뜻의 말을 했다. 이 말은 직역하면 `방광이 터진다. 그러면 지붕이 날아갈 것''이라는 뜻. 그러나 독일어에 서툰 이 승무원은 이 말을 `기내에 폭발물이 장치돼 있다''는 말로 알아 듣고는 깜짝 놀라 기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이당황한 기장은 비행기를 다시 로더데일공항에 긴급착륙시키는 소동이 일어났다. 공항에서 바로 경찰에 연행된 그르제가네크는 영어 미숙으로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결국 `항공기폭파위협''이라는 어마어마한혐의로 기소돼 그동안 9개월간이나 교도소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지난 20일 재판에서 이같은 사정이 모두 해명돼 비로서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풀려나자마자 다시 체포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그의 여권상 미국관광비자가 만료돼 독일로 강제추방될 때까지 다시 수감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