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갈피 못잡는다...핵문제.대화등 일관성잃어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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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대통령의 정책노선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갈피를 못잡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외무부의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핵문제가 최근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남북대화 역시 풀려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과 정치적 인기를 의식한 대외정책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관계 부처 등에서 일고 있다. 이 관계자들은 미국이 지난 10일 뉴욕에서 북한쪽에 제시한 핵문제 해 결을 위한 수정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이에 따라 북한의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사찰은 물론 특사교환 등 남북대화재개도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북한 핵문제의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의 비타협적인 체제논리에 일차적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북-미간 협상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단 불가''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미국과갈등을 빚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최근 쌀시장 개방과 관련한 혼란 속에서 뚜렷한 명분없이 갑자기 대북 핵정책의 강경노선에서 후퇴함으로써 그나마의 일관 성마저 잃고 정책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대통령은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애초 남북대화 재개요구를 북-미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해 미국쪽의 대북협상 여지를 봉쇄했다가, 최근다시 쌀문제 등을 의식해 미국쪽의 입장을 무조건 받아들임으로써 핵정책의 고삐를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경우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전까지는 `남북 특사교환 논의의 상당한 진전''만을 북-미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왔으나, 워싱턴 회담을 전후해서부터는 특사교환 합의까지로 요구 수준을 높였다. 또 팀스피리트 문제도 이전에는 핵 투명성의 확보단계에서 중단할 수 있 다는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결정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정상회담직후 정부가 발표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지난 7일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좀더 유연하고 합리적인 핵정책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은 뒤 남북대화와 팀스피리트에 대한 정책을 강경입장에서 완화하는 선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처럼 김 대통령 자신의 북한 핵정책이 이리저리 흔들림에 따라 관련 부처인 통일원과 외무부는 대북정책의 기획과 집행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핵문제는 지금 상태로 갈 경우 쌀시장 개방정책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외정책의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이 짙다"고 우 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