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총리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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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민주국가라 할지라도 권력의 심층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외부에선잘알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헌법처럼 행정부의 권력구조를 대통령제로하고 있으면서도 국무총리제를 두고 있는 정치체제하에서는 국무총리의역할에 대해 궁금한게 많다. 매스컴에서는 흔히 국무총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표현하지만이말은 봉건왕정하의 영의정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3권이 분립되어있는헌정체제에서는 적절한 표현이 못된다. 실제로 넓은 뜻의 정부에 있어국무총리의 서열은 대통령 다음이 국회의장 대법원장등으로 이어지므로정부의 제2인자라고 할수가 없다. 다만 좁은뜻의 정부 즉 행정부내에서만은 2인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정무직을 포함한 공무원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헌법제78조).단지 우리 헌법은 행정부내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및 행정각부장관의 제청권(헌법제87조1항 제94조)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역대의 총리중 누구도 이 헌법상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제시한 명단을 총리가 형식적으로 들여다보는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회창총리는 취임기자회견에서 개각과 관련하여 "헌법에 규정된대로하겠다"고 말해서 개각의 인선내용과 함께 그 절차에 대해서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국무총리의 제청권은 어디까지나 제청권이므로 임명권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무총리가 국무총리로서 헌법상 권한을 어느정도 행사할수 있는냐는 것이 문민정부의 국정수행방식을 점칠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 때문. 국무총리는 그밖에도 헌법상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총괄(제86조)하며 국무회의의 부회장(제88조3항)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총리가 행정각부를 총괄한 흔적은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그것은 국무총리 개인의 정치적 역량에도관계되는 일이었겠지만 또 국무총리에게 현실적으로 국무위원의 해임에 대한 영향력이 없었는데도 원인의 하나가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헌법은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수 있도록"(제87조3항)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국무총리의 역할이 저조하였던 것은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운영의 면에서 잘못되었었기 때문이라고 할수있다. 김영삼대통령과 이총리가 어떻게 문민2기 내각을 이끌고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