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93세계경제] (5) 선진국 실업률 10% 돌파

"대통령아저씨,우리아빠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세요"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취임식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군중이 들고있던 피킷가운데 한 구절이다. 올해 세계 근로자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이 10%가 넘는 고실업률에 신음을 토하고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국가로,90년까지만해도 1.5%정도였던 스웨덴의실업률이 최근에는 공식통계로도 10%를 넘보고 있다. 공업선진국중 고용시장이 가장 안정돼있다는 일본의 실업률도 최근 2.7%를 기록,수치는 낮지만 수십년만에 최악의 실업사태를 맞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말 24개 회원국내의 실업자수가 3천6백만명(전체 노동력의 8.7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0년의 실업자수가 2천4백5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위협적인 증가세이다. 특히 유럽공동체(EC)는 가맹국 평균실업률이 지난해 9.9%에서 올해는 11.4%,내년에는 11.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자연히 실업대책을 세우느라 1년내내 골치를 썩어야했다. 일부 국가에서 발표한 경기부양책도 고용확대로 연결되기에는"새발의 피"였다. 전문가들은 고실업이 경기침체때문이다,기술혁신의 영향이다,개도국이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는등 분석을 내리기에 바빴다. 그러나진짜 원인은 이모두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만큼 이번의세계적 고실업사태는 복합적인 것이어서 해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것이라는 분석이다. 단순하게 보면 세계경기의 불황이 실업사태의 가장 큰원인이라고 지적되고있다. 최근 미국경기가 회복기를 맞고 있지만 그영향이 고용확대로 나타나기에는 해를 넘겨야 한다는 분석이며,일본 프랑스 독일등 주요공업국들은 여전히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령 경기가 회복된다해도 구조적인 실업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을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의 대기업들은 고용구조를 슬림화시키는데 매진하고 있다. 예를들면 기술혁신으로 한대의 컴퓨터를 들여다 쓰는것이 두명의 근로자를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언론의 분석에따르면 지난 87년이래 미국근로자의 평균비용은 사무용기기보다 17%나 더상승했다. 금리등의 영향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양쪽의 격차는 40%로확대된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지난 2년간 미국의 기업들이 대대적인 해고를 통해경영정상화를 꾀하면서도 정보기술관련투자는 30%가 넘게 증가시켰다는설명이다. 물론 기술고도화사회에서도 인력은 필요하지만 그인력이란 기존의 기계를움직이는 기능공이 아니라 정보나 지식을 창조하고 해석 활용할 수있는근로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충실하지 못한 직업교육등으로 많은 인력이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사회보장비용등 비임금고용비용과 고용세,부족한 직업훈련,경직된 노사관행,근로시간의 단축등 경영자들이 고용을 꺼릴만한요인들이 팽배하고 있다. 국제경쟁이 나날이 첨예화되는 것도 선진국고실업의 한 원인으로 풀이되고있다. 국경이 없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은 과거보다 더욱 많은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부각됐다. 값비싼 고용비용에 시달리던 선진국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자연히 노동코스트가 저렴한 개도국 후발성장국으로 달려가게 됐다. 선진국에서 사라진 상당수의 제조업 일자리가 개도국으로 이전된 것이다.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은 지난 여름 선진7개국정상회담에서 개도국이자기나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발언을 던져 회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충격을 주었다. "지금 세계에는 소셜 덤핑(Social Dumping)이 횡행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부려먹는다든지 선진국과는 동떨어진 사회 노동정책을펴고있는 개도국들로부터의 수출이 그것이다. 선진 각국은 일본의 무역흑자와 더불어 이들 문제에 정면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테랑대통령의 발언은 글로벌화된 세계경제의 구조상 선진국의 실업이개도국 책임이란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고실업이 내년에도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결국 선진 각국은 자신의 고용증대를 위해서 국제협력이란단어마저도 잠시 묻어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