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반실명' 금융계문책의 타율성

장여인 어음부도사건과 관련, 실명제를 위반한 2개은행 은행장을 포함,9명의 금융기관 임직원이 퇴임하고 9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예금자의 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돈 출납에 관한 정상적 절차를 벗어난 변칙과 편법을 썼을뿐 아니라 법까지 어기면서 특정인의 돈 사기극을 도운 꼴이 된게 이번 사건이다. 관련 금융기관과 그 최고경영자및 다른 관련 임직원들은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면할수는 없다. 그점에서 파직과 징계, 나아가 위법관련부분에 대한 사법처리는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것은 해당 금융기관이 인책인사가 먼저이사회를 소집,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못하고 정부의문책방침에 따라 타율적으로 결정되는 결과가 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관련자가 스스로 사표를 내는 형식을 택했지만 관에 의한 타율인사처리라는 점에서는 과거와 다를게 하나도 없다. 마땅한 인책인데도 관이 개입했다 해서 시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는지모르나 국제화와 개방화에 대비한 금융자율화의 정착을 위해서도 금융기관인사를 금융기관이 자율 처리하는 방식이 이번 인책에도 적용됐어야 했다.금융인사의 자율화 를 결과적으로 후퇴시키는 식으로 문책인사가 정부에의해 타율화 됐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덧붙여 불만스러운 것은 인사를 포함 경영에 자율성을 찾기 위해선 금융기관에서 관의 눈치를보지 않고 스스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일을 처리해 나가려는 자율적인자세와 움직임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자세와 움직임이 보이지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소견으로는 문책문제가 해당은행의 자율적 처리에 맡기도록 돼야만금융자율화의 전제로서의 금융인사가 자율화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고 본다.이사회나 주주총회가 그런 기능을 먼저 못하는 그런 금융기관이 어떻게자율적 경영을 할수 있는가. 그리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은 국제화 개방화 시대를 맞아 자율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데도 금융계는 대형사고가 터졌던 80년대초반의 후진구조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은행창구에서 법으로 금지된 차명과 도명으로 예금을 유치하는가 하면 문닫은 업체에 수표책을 교부할뿐 아니라 제3자가 도장도 없이 거액을 인출했고 또 은행간부가 일을 봐준 기업의 임원 겸직한 사실등은 금융인의 기초적 수칙사항과 직업윤리를 벗어난 행동이었다. 이번 대형사고를 계기로 개입을 당연시하는 정부의 금융행정과 병폐구조는온존한채 조금도 달라짐이 없는 금융기관은 180도바뀌는 변혁이 필요하다.그렇지 않고서는 개방화시대의 국제경쟁에 살아남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