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홍완순 <현대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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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그런것도 아닌데,근대적 사고때문인지 성격탓인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동반 모임이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꼭 10년전. 그러니까 84년초에 변화가 생겼다. 오래전부터 M.E교육을 받으러 가자는 아내의 간곡한 부탁을 그때마다 핑계대며 차일 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큰 인심한번 써주기로 했다. 교육이라면 우선 거부감이 앞섰고 더욱이 유교적 가풍을 은근히 과시하는체면에 낯설은 부부들과의 교과과정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자존심을 버리고 아내의 바램을 건성으로라도 충족시켜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분히 자비심의 발로라고 자위하면서 희생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렇게 건방진 생각으로 시작된 교육이후 필자에게는 당연스럽게 순화된단하나의 부부모임이 생겼다. ME의 취지가 그러하듯 원만한 가정이 모든 것의 근원이며,그러기 위하여는부부간의 대화가 필연적이고,그 바탕위에 자녀문제 고부관계에도 큰 도움이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거창하게는 사회문제까지도 해결될수 있다는뜻깊으면서도 간단한 현실에 찬동하지 않을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후 아내의 태도가 옛날보다 많이 나긋나긋해지는 큰 수확이 있어서 모임에 큰 의미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대화의 모임은 비정기적으로 모여지고 있으나 꾸준하게 10년째 똑같은 감정으로 계속되고 있다. 임바드리시오 지도신부가 계신 제주도이시돌목장에 다시 모여 곰팡이 끼고역겨운 치즈맛을 보며 즐겼던 것과 같은 특별한 모임을 제외하고는 대개부부의 영명축일을 기념하는 모임을 통해 만난다. 조촐하나 유익한 시간을보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경사가 있으면 기쁨을 함께하고, 피치못한 애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부부들을 보며 그들의 삶에 접근하여 느끼고 배우는재충전의 기회가 잊혀질만하면 다시 찾아오곤 한다. 지연도 학연도 없으며 아이차도 있으나 만나면 편안하고 즐거우니 각박하고 복잡스런 현실속에서 더이상 바랄것 없는 모임이라 하겠다. 10년을 지내다보니 취미도 같아져 아주 가끔씩은 운동도 함께하고 여행도즐긴다. 음악회 같은 곤욕(?)도 없진않지만 만나는 날이 기다려지는 모임이 되기까지 애써주신 김영재요셉(최과의사)지도부부 형님같은 이두섭요아킴(개인사업)부부 멋장이 이원식(무역업)부부 희생이 많았던 최희종베네틱도(대한생명전무)부부등께 감사드리며, 환한 웃음의 신년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