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조 올춘투 '고독한 싸움'..불황/대미마찰 여건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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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형철특파원] 지난 주말 도쿄시내 메이지공원 등에서는 일본노조의 "춘투"출정식이 있었다. 연례행사처럼된 춘투지만 예년보다 한결 썰렁한 분위기였다. 불황여파에다 미일무역마찰로 임금교섭여건이 노조측에 아주 불리해진 까닭이다. 경영자측의 대변기관인 경단연은 불황하에서 최대의 이슈를 "고용안정"으로 잡고 있다. 해고나 희망퇴직을 당하지 않으려면 임금인상이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나가노경단연회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는 지금도 그런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비해 노조대표인 연합측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야마기시연합회장은 위축돼 있는 소비수요자극을 위해서도 임금을 최소한 5%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를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2%포인트나 요구수준자체가 낮아졌다. 연합의 부위원장인이와야마씨는 불황탈출과 고용안정을 위해 최소한 3%는 확보돼야 한다고"현실적인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94년도 일본의 춘계임금투쟁은 3%인상안에 대한 줄다리기가될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의 임금인상률은엔고불황직후인 지난 87년의 3.56%인상을 밑도는 전후 최저수준이 된다. 엔고에 의한 자동차 가전경기위축, 고용불안정에 의한 불안감등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임금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상여금을 깎겠다는 기업도 있다. 세이부백화점은 일률적인 급료인상을 반대하며 정기승급도 지난해의절반수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노조측에 통보했다. 또 오는 9월부터는관리직에 연봉제를 도입하고 임원에 대해서도 정년제를 도입키로 했다.이는 이번 결산에서 경상적자가 지난해 수준(1백4억엔)을 웃돌아 인건비삭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중견화학업체인 "도소"도 사실상의 임금동결방침을 노조측에 통보했다. 보너스도 지난해보다 1백%정도 줄여 3백40%정도로 할 방침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작년보다 급료수준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도소측은 이와함께 오는 3월 2백명정도의 희망퇴직자를 모집, 인원을 정비키로 했다. 이회사노조는 지난해 춘투에서 2만엔(6.76%)인상을 요구, 9천6백엔(정기승급분6천9백40엔포함)에 타협함으로써 3.24%의 인상률을 얻어냈다. 도소의 노동조합측은 23일에 임시총회를 열고 우선 희망퇴직자모집안에 협조키로 했다. 업적이 좋아진 조선업계를 빼놓고는 노조측의 임금인상요구안이 대부분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철강업계는 노조측이 1만2천5백엔(4.33%)인상을요구하고 있지만 경영자측은 정기승급분인 3천5백엔대를 제시하고 있다.철강업계는 지난해에도 2.65%(7천5백엔)의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었다.성장산업대열에서 철강업종이 탈락하면서 춘투에 미치는 철강업계의영향력도 그만큼 약해지고 있다. 자동차업종역시 지난해 요구수준 5.5~6.0%수준보다 약간 적은 5.01~5.9%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도요타는 5.8%로 0.2%포인트, 닛산은5.1%로 0.5%포인트, 마쓰다는 5.01%로 0.49%포인트를 낮춘 수준이다.하지만 회사측은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임금인상률을 3%이내로낮출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 가전업계 역시 지난해 보다 2%정도 낮은 5%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경영자측은 연속 4년간 수익감소라며 2%인상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평균 3.6%인상안에 합의했었다. 다만 호황업종인 조선회사들은 지난해 보다 높은 4.79%(1만4천엔)의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올 춘투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만큼 고독한 싸움이다. 그동안노조의 단골구호였던 "근무시간단축"이 올해는 쑥 들어갔다. 경기위축으로 이미 잔업마저 줄어든 때문이다. 희망퇴직등 고용불안과 함께임금인상억제로 근로자들의 주머니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지난 55년에 출발, 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의 춘투는 이제 불황과 그에 따른 일본식경영의 붕괴로 질적 전환기를 맞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