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엔고 넘는다] (15) 일기업의 경영혁신..줄잇는 기업합병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간의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떨어진 몸을 하나로 뭉치고 있다. 합병의 노림은 물론 신엔고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을 더욱 효율화하는 것이지만 관련업계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엄청난 파장도 몰아오고 있다. 최근의 합병러시중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지난달28일 발표된 히타치제작소에 의한 히타치가전의 흡수합병선언이다. 히타치 이외의 제2브랜드도입선언에 이은 또한번의 대탈바꿈이다. 이에따라 지난3월결산을 기준으로 외형이 3조7천3백95억엔에 이르는 히타치제작소는 4천3백33억엔의 매출을 나타내고 있는 히타치가전을 흡수해 더욱 큰 공룡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히타치의 가전부문통합은 그동안 분리돼있던 제조(제작소)와 판매(가전)가일체로 됨을 의미한다. 이의 첫째목적은 물론 경영체계의 효율화다.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가전부문에 수술을 가해 안정적기반을 구축해보자는 취지다. 히타치의 가전부문은 지난3월결산기에서 4백56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등 3년연속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 히타치의 가전부문은 제판분리의 영향으로 서로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못하는 결점이 있어왔다. 오래전부터의 공장중시 전통을 반영, 대부분의 책임과 권한을 제작소가 가지는 반면 가전은 불량상품의 반환조차도 확실히 보장해주지 못해 판매회사로서의 힘이 부족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변화도 제작소측에 제때 전달되지 못했다. 히타치그룹의 가전기업통합은 그런 점에서 유통부문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바꿔말하면 일본내에서 제조지상주의 의 완전한 붕괴를 의미한다고도 볼수있다. 도시바의 경우는 지난79년에 제판을 통합하는등 여타기업들은 이미 제판일체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히타치는 제판일체화를 통한 조직합리화등으로 2년뒤에는 흑자를 시현한다는 것이 목표다. 시장변화에의 대응이 그만큼 빨라질 뿐아니라 관리부문인력을 상당수 영업부문으로 돌릴 수있기 때문이다. 저가브랜드인제2브랜드도입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타치는 합병과함께 멀티미디어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미 가전사업본부와 정보영상미디어사업부를 통합한가전.정보미디어사업부를 발족시켜 이를 위한 사전준비를 끝냈다. 현재가전부문총매출액의 10%선에 그치고 있는 멀티미디어관련사업을 빠른시일내에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동시에 발표된 2건의 대형합병역시 전환기에 선 일본기업들의 어려운 선택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는 같은 미쓰비시그룹계열의 대양산소와 동양산소의 합병.합병에 따라 내년4월 발족하는 대양동양산소 는 외형이 약8백억엔에 이르러 업계3위의 업체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양산소는 간사이(관서)지방 동양산소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판매하고있어 합병에 의한 메리트가 클 것이란 점이 일체화의 주요배경이다. 설비투자및 연구개발비등의 중복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고려사항이다. 합병의 이유는 주요수요처인 철강 조선업계등 중후장대산업의 불황에 따른 판매부진이다. 같은날 발표된 상밍통상과 지요다(천대전)지업의 합병은 지난해 제지펄프업계를 휘몰아친 메이커간 합병의 여파가 유통업계에까지 확대된케이스. 일본최대제지메이커인 일본제지(지난해4월 십조제지와 산양국책펄프의 합병으로 탄생)계인 두회사는 합병을 통해 제지유통업계 2위업체로 부상한다. 이들의 합병은 신왕자제지(지난해10월 신기제지와 왕자제지의 합병으로 탄생)및 여타업체계열 대리점들의 연쇄적 합병으로까지 파급될 공산이 크다. 제지업계는 그야말로 제조 판매업체가 모두 근본적인 재편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