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금융의 '자율적 행마'..김인철 성대교수/경제학

지난7월 미국과 독일의 전중앙은행총재가 우리나라에 다녀갔다. 이들은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심포지움에 참가해 우리나라 금융산업발전을 위해유익한 조언을 했다. 뉴욕연방은행총재를 역임했던 코리건씨는 신용과 경쟁력에 바탕을 둔효율적 금융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기금융시장 자본시장외환시장및 국채시장등 소위 금융산업의 하부구조를 확충할 것을권고했다. 한편 독일연방은행총재였던 슐레징거씨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어느나라든지 중앙은행이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을 지킬수 있어야 선거에따른 통화남발을 막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 중앙은행도 결국정부의 일부분으로 재무부와 긴밀한 업무협조를 해야한다고 했다. 풍부한 실제경험과 경쟁한 경력을 소유한 두 전임총재의 주장은 우리에게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선진국경제의 문턱에 선 우리가 금융산업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결국 금융개방화및 국제화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사실을 우니는 이들을 통해 재확인할수 있었다. 이러한 금융정책의 목표와 과제를 놓고볼때 우리나라금융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몇년동안 우리나라 금융제도와 정책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우선작년8월에 금융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금융실명제는 자금의흐름을 투명하게 따라서 통화관리를 그 만큼 용이하게 한다. 특히 금융실명제는 정치자금의 수수금지가 선포된후 몇달안되어 실시됨으로써 지하경제규모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금리자유화와 금융기관인사자율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전에는 은행금리가 낮은 수준에 묶인채 자금이 정책적으로 배분되다시피했다. 사실, 금리자유화와 금융자율화는 금융의 완전개방에 앞서 충족되어야 할 필수조건이다. 그동안 중앙은행독립에 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있어왔다. 총론차원에서 정치권 학계 정부 모두 중앙은행의 정치적 중립을 반대하지않았다. 그러나 각론차원에서는 각자의 배경과 입장에 따라 의견이분분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독립에 관한 논쟁은 편가르기로 발전되었다. 재무부와 한국은행간에 협조관계보다 본의 아니게 대결관계가 더 두드러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제도와 금융시장개방도는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서 크게모자란다. 그러나 금융선진화를 향한 과도기의 통화관리는 여전히 정부의중요한 정책과제가 된다. 지난 8월부터는 통화긴축으로 자금사정이 상당히 나빠졌다. 50여년만에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농산물값이 급등하여 연초에 세운 물가목표를달성하기 힘들 것이라 한다. 그래서 통화를 죄어서라도 물가를 잡으려는것이 정부방침인 것같다. 그런데 개방경제체제에서는 물가와 통화량을 정부가 마음먹은 대로조절할수없게 되어있다. 통화는 실물경제가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적절한량만 공급되면 된다. 그러나 연초에 세운 목표달성에 급급하여 통화관리를무리하게 실행하면 정부스스로가 실물경제를 망칠수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정치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실물경제중심으로 소신을 가지고 통화를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선진국형의 통화관리는 간접통화규제방식이라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몇년간 국내외적으로 있어왔다. 최근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도 우리에게 간접통화규제방식을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금리가 완전히 자유화되어있지 않고 장단기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않아서 간접통화규제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통화관리는 직접통화규제로서 통화당국이 통화공급의목표한도를 정해놓고 자금을 배분하는 시중은행의 창구를 직접적으로통제해 오다시피했다. 그러나 간접통화규제는 그렇지않다. 간접통화규제는 우선 시장기능을이용한다. 민간수요에 부응하는 통화량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당국은 시중은행의 여신기능을 직접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통화당국은 공개시장조작 재할인율 지불준비율등의 간접통화수단을이용함으로써 시중통화량을 적정수준에 유지하고자 한다. 실물시장을 지표로 지금은 우리의 금융시장이 아직 완전개방되어 있지않다. 하지만 예전처럼 통화당국이 금리 통화 환율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당국은 지금까지의 통화운용관행을 바꾸어야한다. 금리 통화 환율을 표적대상으로 삼을것이 아니라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의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지표로 삼을 것이 필요하다. 통화당국이 재무부가 되든 중앙은행이 되든 간에 변화하는 국내외금융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통화당국은 언론의 뒤만 따라가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언론을 앞지르는 통화정책을 펴야한다. 중앙은행의 권위는 법제정으로만 보장되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실력과경륜을 갖춘 금융전문가들이 양심과 소신을 가지고 금융정책에 제도적으로간여할때 비로소 중앙은행의 권위가 회복되고 또 정치권으로부터의 진정한중립도 지킬수 있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