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화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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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당시 그리스의 문화과학부장관이었던 영화배우출신 셀리나 메르쿠리가 영국 방문시 대영박물관에 들렀을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고대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 유물앞에 선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그리스인 자신이자 영혼이고 피"라고 절규하면서 이의 반환을 호소했던 일이다. 그녀는 생전에 문화재본국반환을 줄기차게 벌렸었지만 염원은 구위로 끝났다. 세게문화재의 보고인 런던의 대영박물관이나 파리의 루브르미술관, 뉴욕의 세트로폴리탄박물관에 가보면 아직도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에 와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지난 수세기에 걸쳐 약탈 내지는 밀반입된 고대문명권들의 수많은 유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문화재본국반환운동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뒤부터 일기 시작했다. 미흡하나마 그 결실이 맺어진 것은 92년11월이었다. 유네스코 가입 50개국이 합의한 문화재본국반환협정이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반환문화재 대상이 1952년이후에 도난 또는 밀수된 것에 국한되었다. 여기에서도 강대국의 지배논리를 엿보게 된다. 그 협정의 효과는 지난해 세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지리언 호어르 콜렉션"(기원전 6~7세기에 번성했던 리비아의 크로수스왕때의 유물로 1966년 도굴되어 밀수된 것으로 측정) 200여점이 고향인 터키로 돌아간데서 나타났다. 터키의 6년여에 걸친 법정투쟁이 협정의 발효로 개가를 올린 것이었다. 그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으로 점령한 시나이반도에서 점령기간(15년)에 발굴한 이집트유물 수천점을 중동평화유지라는 정치적인 고려에서 이집트에 올 연말까지 반환하기로 한것도 문화재본국반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문제는 1952년이전에 약탈내지는 밀반출된 문화재의 본국반환이다. 최근의 관심의 논점은 터키와 독일 러시아사이에 비화되어온 "트로이의 보물" 소유권분쟁이다. 문화재원산지의 영토우선권을 내세우는 터키, 1873년 서터키의 고대그리스도시 유적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반출해간 독일, 또 그것들을 탈취해다가 보관중인 러시아의 니전투구다.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보다도 온갖 문화재를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는 강대국들이 제국주의적 의식을 벗어나는데서 찾아져야 한다. 일본 미국 유럽의 17개국에 6만5,000점이라는 방대한 양의 문화재가 흩어져 있는 한국으로서는 최근의 문화재본국반환동향은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