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불안정한 통화관리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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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통화및 금리동향은 우리나라 금융 통화정책에 일관성이 없음을 새삼스럽게 실감시켰다. 통화량은 늘어났다는데도 한국통신주식입찰에 한꺼번에 엄청난 자금이 동원되는 바람에 자금시장에 돈이 달려 금리가 오르는가하면 한통주 입찰에융자를 많이 해준 은행들의 방만한 대출에 제동을 걸기위한 한은의 지준제재강화가 자금시장의 금리상승을 야기시켜 "풍부한 통화속의 금리상승"이라는 이상현상을 생기게 했다. 콜금리가 18%, 3년만기 회사채금리가 14개월만에 최고인 13.85%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은은 이러한 어수선한 자금사정속에서 통화수축을 위한 환매채 6,000억원을 은행들로 하여금 인수시켰다. 갑자기 자금줄을 죈 긴축이 금리를 치 게 하고 돈이 급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는 소리가 커지자 한은은 환매채규제를 다시 풀어버린 것이다. 환매채를 가지고 통화를 흡수하고 풀어주는 한은의 이번 통화관리방식은 과거부터 늘상 해온 소위 냉온탕식 통화관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문제는 앞으로 자본자유화와 수출신장에 따라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증가압력이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다투는 통화정책은 통화를 냉온탕식으로 증감시키는 직접규제 방식으로는 감당할수 없다는데 있다. 그것은 금리의 급격한 기복만 가져오는 부작용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마이너스효과만 미칠 뿐이다. 국제경쟁에 이기기위한 세계화전략이 가장 필요한 금융분야인데도 통화량조절같은 통환관리방식과 정책이 경제 미개방시대의 직접규제방식을 지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도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쟁입찰방식의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통화를 간접방식으로 조절하고 있다. 아무튼 한은은 한통주입찰을 계기로 빚어진 자금파동과 같은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까지의 통화관리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통화수요는 연말까지 사이에도 증가할 것이고 추곡수매등 재정자금의 방출로 통화공급이 늘어 총통화는 14%수준 유지가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지 않아도 내년도 경제에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은 물가다. 수출증가와 자본자유화에 따른 해외부문의 통화증가와 함께 내년 6월에 있을 4대 지자제 선거는 통화당국이 물가에 마이너스영향을 미치지 않게 효과있는 통화관리방식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화전략의 추진이나 국제경쟁력의 강화는 달성할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