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분열/대결구도 장기화 조짐..'사퇴정국' 어떻게 될까

이기택대표의 의원직 사퇴정국은 일차적으로는 여야대치국면의 장기화를 몰고 오는등 여권의 정국운영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12사태에 관한한 여권수뇌부가 이대표에게 줄 "선물"이 거의 없어 국회의 여당단독운영이 불가피해졌고 이대표도 원내복귀를 택할 명분을 스스로 없앴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내 동교동계가 원내에서의 투쟁을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이대표가 이날 전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당분간은 DJ의 "훈수"도 먹혀들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은 이대표가 이날 의원직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대여강경투쟁을주도하면서 양김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이번 기회를 당내에서의 지도력확보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대표의 선택이 성공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은 표면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DJ쪽에서 이대표의 위상을 강화시켜줄 공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차피 "오월동주"의 신세로 상대방의 숨은 뜻을 서로 알아챈 이상 DJ나 이대표가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에 왔다고 볼때 민주당내에서의 이대표 위상은 급전직하라는게 다수 의견인것 같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대표의 이번 선택은 DJ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고 봐야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여야관계에서 보다는 야권내에 더 큰 파장을 불러 올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분열되고 형식이야 어떠하든 DJ의 민주당과 이대표의 제3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구여권 일부까지 포함되는 정계계편을 촉발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두진영이 감정적 대립양상을 보일 경우 강경 일변도의 대여투쟁이어렵게 되고 동교동계쪽이 DJ의 "훈수"에 따라 원내복귀를 주장할 가능성도크다고 보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그러나 민주당이 분당을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DJ가 형식이야 어떠하든 상당한 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면서 이는 결국 여권의 정국운용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결속력이 거의 없다시피한 민자당이 정계계편 회오리의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