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독립 이슈로 재부상..정부조직개편따라 변화 불가피

한국은행은 언제 어떤 식으로 독립될수 있을까. 지난 주말 전격적인 정부조직개편 발표로 "한은독립"여부가 또하나의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직개편내용에 겉으로는 한은관련사항이 없다. 그러나 한은의 위상은 역사적으로 재무부의 위상변화와 떼어놓고 볼수가 없다. 재무부가 경제기획원과 합쳐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면 형식상으로 "재무부-한은"관계는 "재정경제원-한은"관계로 바뀐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한은독립 논쟁이 또 한차례 불거져 나올게 분명하다. 한은은 우선 "독립"의 정도가 어느선에서 결정될지는 모르지만 지금보다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있다. 기대의 근거는 우선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취지와 무관치않다. 정부는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규제와 통제위주의 행정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라며 "정부가 민간부문을 일일히 간섭하고 지시.통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경제기획원의 "기획"분야를 없앴듯 정부는 실물을 "지원"하는 역할만을 맡겠다는 뜻이다.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시대로의 변화다. 이는 중앙은행과 관련된 고리에도 적용될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주도의 "개발시대"에선 성장이 다른 모든 것보다 중시됐다. 통화가치고수를 부르짖는 한은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정부정책의 골간이 민간부문우선으로 바뀌게되면 성장보다는 안정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된다. 통화가치의 안정을 담당하는 한은이 역할이 중요해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조직개편에 따른 실무적 변화도 한은의 기대에 무게를 더해준다. 그동안 한은독립의 핵심쟁점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장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었다. 현행 한국은행법에선 이를 재무부장관이 겸임토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정부조직개편으로 금통위의장을 누가 맡느냐를 다시한번 따져볼 필요가 생긴 것이다. 얼핏보면 재무부장관의 역할을 포함하는 재정경제원장관(부총리)이 자동으로 의장직을 계승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 세제 예산등 정부의 모든 정책수단을 한꺼번에 갖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재정경제원장관이 금통위의장을 맡기는 힘들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재정경제원의 차관이 겸임할수있는 자리도 아니다. 현재 금통위위원들도 장관이나 차관급대우를 받고있다. 결국 어떤 형태든 한국은행법개정은 필수적이 됐고 경우에 따라선 별 논란없이도 한은총재가 금통위의장을 겸임할 가능성까지 생긴 셈이다. 금통위의장을 한은총재가 맡고 총재의 임기만 보장되면 한은독립은 절반이상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란게 한은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동안 재무부는 한은독립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던 만큼 재무부조직이 그대로 이어지는 재정경제원이 하루아침에 한은 독립에 쉽게 손을 들어줄리는 만무다. 재정경제원의 입장변화가 쉽지않을 첫째이유는 헌법논쟁.홍재형부총리는 재무부장관시절 "통화관리기능은 헌법상 정부의 고유업무로 정해져있는 만큼 정부로부터 통화관리기능을 떼어내기 위해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개헌을 하지않고는 한은독립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논리다. 김영삼대통령은 임기중 헌법을 바꾸지 않기로 공약을 해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물리적으로" 한은독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재무부가 헌법조항만 들춰온 것은 아니다.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 집행하면 정부의 다른 정책과 부조화가 생길수 있다"(박재윤재무부장관)는 생각이 강하다. 중소기업지원책등 정책변수가 많은 데가 최근들어 경제정책운용지표도 통화량중심에서 벗어나 금리 환율등 정책혼합이 요구되고 있어 한은이 독립하면 정책운용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국 앞으로 한은의 위상은 어느정도 올가갈 것이 분명하나 그 "수준"은 누가 재정경제원의 초대사령탑이 되는냐에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재무부조직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일 경우엔 한은독립의 한계가 분명히 그어질 것이다. 반면 기존 조직의 혁신을 부르짖는 인물이면 독립의 폭은 예상보다도 커질지도 모른다. 일본은행총재을 역임했던 징전씨는 자서전에서 "재임기간중 일본은행의 독립성이 확보된 일본은행법을 개정하지 못한것이 일생의 한"이라고 말하고있다. 징전씨가 대장성출신임을 볼때 중앙은행의 독립은 그만큼 "필요하지만 어려운"것임을 시사한다. 5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한은생활만 38년째인 김명호총재가 자신의 "38년한"은 물론 한은 44년사의 한을 풀수 있을지 관심사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