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토초세소송' 빨리 결론내야 .. 한만수 <변호사>

지난 89년12월30일자 법률 제4177호로 제정되어 30년1월1일부터 시행되어 오던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법)이 94년7월29일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바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는 미실현이득에 대하여 과세를 하는 제도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나 현행 제도는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지가산정방법의 부당성,지가등락에 따른 대책의 부재,유휴토지 범위결정의 부당성등 여러가지 위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불합치한다는것이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일이후에 토지초과이득세법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거나 행정심판이나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중지시켰고 국회로 하여금 토초세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게 하는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위헌결정이 났다면 토초세법에 따라 행하여진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모든 납세의무자는 전부 구제가 될수 있었을 것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기 때문에 납세의무자에 의하여 다투어지지 않은 과세처분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 것은 물론이고 납세의무자에 의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과세처분도 무조건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였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결정일 현재 심판청구나 행정소송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 더 이상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토초세법의 적용을 중지할 것을 밝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사건에 대한 향후의 종국적인 처리방법에 관하여는 명백한 입장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세심판소나 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토소세법에 따르더라도 위법함이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청구인이나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과 판결을 하여 왔었다. 그러나 당시의 토초세법을 적용하면 청구를 인용하기 어려운 사건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명시된 바에 따라 결정이나 판결을 미루어 왔다. 그 이유는 계류중인 사건에 관하여 토초세법을 적용하여 결정이나 판결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향후 토초세법에 관한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면 그에따라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라는 뜻으로 해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12월2일 정기국회를 통과한 개정 토초세법의 부칙에는 개정법률이 개정법률의 공포일 이후에 최초로 부과되는 토초세부과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의 대상이 된 구 토초세법에 따라 행하여진 토지초과이득세 부과처분의 당부를 판단하는데는 개정 토초세법을 적용할수 가 없다.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구 토초세법에 의거하여 행하여진 과세처분의 당부를 판단하는데 구 토초세법을 적용할수 없도록 하고있고 개정법률의 부칙에서는 그 적용대상을 개정법률의 시행일 이후에 최초로 부과되는 토초세분부터 적용한다고 함으로써 구 토초세법에 의거하여 행하여진 과세처분을 다투어 현재 국세심판소나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구 토초세법도 개정 토초세법도 적용할수 없는 어려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같이 구 토초세법에 의거하여 행하여진 과세처분에 대하여 구 토초세법도 개정법도 적용하기 어려운 상항이라는 이유로 계류중인 심판청구나 소송에 대한 결정이나 판결을 무작정 미루기는 곤란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권리구제절차는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토초세법의 부칙조항이 이와같이 확정된 이상 결국은 해석론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법률의 제정은 국회가,그리고 그 집행은 정부가 하는 것이지만 법률의 적용은 사법기관인 법원이 하는 것이므로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법원의 손으로 넘어갈수 밖에 없게 될것이다. 어떤 식으로 이 어려운 문제를 풀 것인지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결론을 내려야 할 일이다. 법원이 채택할 결론에 관하여 섣불리 왈가왈부할 일은 못되지만 그 결론 여하에 따라 발생할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선 헌법재판소가 적용을 중지하라고 결정문에서 명시적으로 밝힌 구 토초세법을 적용하여 계류중인 사건을 처리한다면 헌법재판소 결정과 마찰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정법률이 시행될때까지 재판을 미루어온데 대해 설득력을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개정법률을 그 시행일이후 최초로 부과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하는 그 부칙조항을 무시하고 현재 재판 계류중인 사건에 대하여 적용한다면 이는 법률에 명시된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여 법률을 적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현재 재판의 대상이 되고있는 과세처분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사후적으로 법령의 근거를 상실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고 만다. 법령의 근거가 없는 행정처분은 당연 무효 내지 위법한 것으로 취소될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채택하여 재판에 계류중인 모든 사건의 토초세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면,세금을 낸후 다투지 않은 자는 구제받지 못하는 반면 세금을 내지 않고 다툰 자는 구제되므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을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형평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기관의 행위에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무조건 복종하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라는 주장도 가능한 것이다. 즉 잘못된 입법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 받았다고 생각하여 권리구제절차를 밟은 사람이 그렇지 아니한 사람에 비하여 이득을 본다고 하여 형평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면도 충분히 있을수 있다. 오히려 "권리위에 잠자지 않은 사람이 보호를 받는다"는 현대 국가에서의 법원리에 충실한 것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헌법불합치라는 주문하에서는 모든 과세처분이 전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닐진대 권리구제절차를 취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이념에 부합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행정심판이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의 당사자들은 하루 빨리 그 결론이 나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법원은 빠른 시일내에 입장을 정리하여 재판을 속개함이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