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특강] 외환제도개혁 의미 (상)..유한수 <포스코경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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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수 외환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도 일반국민들 중에는 제도가 바뀌어봤자 자신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외환제도가 워낙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탓인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지난 30년간 정부는 외자의 유출입을 엄격히 관리해 왔다. 취약한 우리경제를 보호하자는게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대외거래가 빈번해지는데 외환정책은 계속 통제위주로 운용되다보니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키울수 없었고 국민들도 대외활동을 하는데 불편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문에 정책당국은 해마다 조금씩 관련규정을 개정해왔으나 땜질식 처방에 그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 클럽"인 OECD가입이 눈앞에 다가오고 "세계화"가 당면한 국정지표로 떠오르면서 정책당국은 외환정책의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외환제도의 기본구도를 "규제위주"에서 "원칙자유"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지난 12월6일 발표된 정부의 개혁안을 보면 외환제도의 개혁을 3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내년에 1단계로 자유화를 해보고 여건변화를 본뒤 96~97년에 2단계,98~99년중 3단계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같이 단계적으로 자유화를 하겠다는 것은 물가 수출입동향 경제성장등 거시변수의 추이를 살펴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좀더 과감하게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여건변화를 고려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은 옳은 것 같다. 정책당국이 내세우는 추진방향을 보면 첫째, 국민과 기업에 불편을 주는 외환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둘째, 외자의 유입과 유출을 균형있게 자유화하고 셋째,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원활화에 역점을 두며 넷째, 외국인에 대한 시장개방은 우리경제와 수용여건범위내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것이다. 총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개혁안은 이같은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지적할수 있는 것이 경상외환거래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다는점이다. 경상외환거래란 국민과 기업의 대외활동과 직결된 거래이다. 종전에는 외환거래의 허가를 받자면 "용도가 무어냐" "근거서류를 가져와라"는등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가급적 억제하려 했었는데 이번의 개혁안은이런 점을 많이 고쳤다. 대외지급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금지급방법도 대폭 자유화했다. 또 해외사무소의 운영에 드는 경비지급도 자유화했다. 경상거래자유화로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혜택을 본다. 해외여행경비나 해외이주경비의 한도가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4인가족이 50만달러까지 갖고 해외에 이주할수 있게 되었으며 해외여행경비의 경우 3단계에 가서는 아예 한도를 없앨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와 관련해 생각해 보면 경상거래보다 자본거래의 자유화쪽이 더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자본거래는 외자의 유출입에 관한 것이다. 개혁안을 보면 기업들이 외자를 조달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자산을 운용할수 있는 폭을 넓혀주었고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조치도 많이 포함되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과 첨단기업에 상업차관 도입의 길을 열어준 것은 기업의 금융비용절감이라는 점에서 평가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상업차관허용은 결국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더 혜택을 주게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있다. 대기업들이 상업차관을 도입할때는 그 액수만큼 국내금융기관으로 부터 빌린 돈을 갚도록 해서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해외자산운용은 해외부동산구입이나 증권투자 혹은 해외예금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가진 돈을 외국에서 쓸수 있게 해주는 조치이다. 이들 항목도 한도가 대폭 늘거나 자유화되었다. 외국돈이 들어오는 만큼 내보내야 통화관리나 물가에 대한 부담을 덜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할수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자산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수 있어 국제 경쟁력강화에 보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악용한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재산도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에서는 돈의 유출입이 자유롭다고 해도 외국환은행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환은행의 입출금과정에서 자금출처나 용도가 관리, 통제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외국의 예를볼때 외환거래를 이용한 돈세탁이나 자본도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해외로 빼돌려지는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더라도 일부 부유층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생각해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제를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또 기업이나 개인들의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는 정도에 비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 즉 비은행금융기관들은 업무에 꼭 필요한 분야가아니면 외환거래가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화를 하자면 금융기관들도 국제금융이나 외환업무를 취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금융기관에서도 외환을 취급하는 예가 많다. 현행제도상 존재하는 "외국환업무지정기관"제도를 활용하여 비은행금융기관들도 외환업무를 폭넓게 취급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외환의 유입과 관련해서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의 투자한도 확대범위가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주식의 경우 현재 종목당 12%, 개인당 3%로 되어 있는 것이 1단계에 종목당 15%로 확대될 예정인데 이 정도로는 증시활성화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시활성화를 위해 외국인투자를 이용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