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직 부패공생에 쐐기'..금품상납 세무공부원 갖가지수법

검찰의 이번 수사는 세금을 착복한 일선구청 세무직원과 간부간의 금품상납구조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또 이들 비리 공무원들은 쉽게 번 돈을 유흥비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 하부공무원들 윤리의 현주소를 실감케 했다. 여기에다 법무사들의 뇌물에 놀아나 시민들의 혈세가 법무사들의 개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방조, 일선 구청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금품상납구조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뤄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하들에게 세금이 많이 걷히는 목좋은 지역을 조정해준다든가, 감사결과 드러난 비리를 무마해준다든가, 근무 평점을 잘 봐준다든가 하는 방법등이 동원됐다. 한마디로 부하직원들은 일선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간부들은 이를 눈감아줌으로써 부패의 공생관계를 더욱 단단히 해온 것이다. 검찰에 구속된 강남구청 세무1과장 정용희씨(55)는 지난 93년 4월부터 5개월동안 매월 또는 명절 휴가등에 맞춰 부하직원인 왕약성씨(45.구속중)로부터 1백60만원,임연호씨로부터 1백50만원등 모두 5백20만원을 상납받아왔다. 또 함께 구속된 세무4계장 전인관씨(47)는 같은 방법으로 약 2년동안왕씨에게서 6백90만원,전승표씨(47.7급.구속)로부터 3백60만원등 모두 1천9백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전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전승표씨의 취득세징수부족이 적발되자 이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2백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상급자와 부하간의 관계가 정상적인 상하관계가 아닌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악의 관계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수사에서는 또 일부 비리 구청세무직원들의 부패한 생활상도 밝혀졌다. 등록세 11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법무사 사무장 김종량씨(49.구속중)로부터 횡령묵인 대가로 4억여원을 받은 왕씨는 매월 생활비와 유흥비로 1천5백만원을 흥청망청써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씨 역시 자기몫으로 챙긴 6억여원을 유흥비와 생활비,세탁공장 운영비로 모두 탕진,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세간의 말을 입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는 세무과직원들이 사무장 김씨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김씨는 왕씨외에도 영등포 구청세무과 직원 김용철씨(45.구속)등을 꾀어등록세 횡령을 쉽게 저지를 수 있었다. 김씨는 납세자로부터 대납을 의뢰받은 등록세의 1-10%만 금융기관으로부터 납세자보관용, 등기소 및 구청 제출용등 3장의 영수증을 발부받은뒤 세액란을 지우개로 지우고 직원의 묵인하에 전체 세액을 기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결국 이번 상납고리에 대한 수사는 일선구청의 세무과의 비리가 총체적으로 위험수위를 넘어선 사실을 일깨워줬다고 할 수 있다. 구로구청 세무2계장 신태남씨(54)등은 명절 또는 휴가철등에 적게는 5백20만원, 많게는 2천6백만원까지 상납받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