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올 증시전략] '고금리 형성땐 주식비중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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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무기력한 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대지진으로 며칠간이나마 강한 상승세를 보인증시는 거래가 크게 줄어드는 전형적인 약세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관투자가라해서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투자를 늘렸던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도 이미 부분적인평가손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엔 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비중도 줄고 있다. 올들어 20일까지의 거래동향을 보면 지관투자가들의 증시비중은 대략 25%선. 지난해 연평균 30%선의 거래비중을 기록했던데 비기면 5%포인트 정도 떨어진데 불과하지만 전체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30-40%가까이 절대거래액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과 투신사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방어에 전력을 기울이는듯한 양상이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매도량이 많고 은행도 소량씩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이같은 연초의 매매동향은 향후의 기관투자가 동향에도 적지않은 시사점을주고 있다. 올해 기관투자가 동향을 예상한다면 역시 금리의 움직임이 가장 큰 범주로작용할 것이다. 금리가 지난해 또는 93년 수준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기관투자가들은 올해는 주식보다는 채권과 대출쪽으로 자금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관내부의 자금흐름을 염두에 둔다면 은행의 투자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증권사들의 매도에 대항해 투자신탁과 보험사들이 매수측에 서는 기관투자가들간의 일대 공방전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연중 1조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증시활황을 선도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 되는 셈이다. 올해 은행들의 주식매수 여력은 얼마나 될까. 또 투자신탁사들의 주식매수와 보험, 증권사들의 주식매입여력은 과연 장세를 반전시킬만큼 충분한 것일까. 우선 은행들은 올해 주식투자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들어 시중은행중 주식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제일은행도 올해는 최대 3천억원 내외의 주식투자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신탁자산을 관리하는 제일은행의 한관계자는 신탁자산의 경우 채권투자는 2천5백억원 수준, 주식투자는 1천억원내외를 생각하고 있다고 올해의 투자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신탁자산외에 은행계정의 주식투자가 2천억원선으로 예상된다. 이를 합치면 대략 3천억원 내외의 자금을 주식쪽에 운용하겠다는 것이 제일은행의 내부 계획인 셈이다. 더구나 은행계정의 주식투자 2천억원도 지난해 주식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재운용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새로운 자금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살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일은행외에 다른 은행들은 주식투자를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주식투자가 많았던 조흥은행의 경우 은행계정에서 소량의 주식을 사들일뿐 신탁계정은 아예 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조흥은행은 은행계정의 주식투자도 대부분 발행시장에서 운용한다는 방침을정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들의 주식투자와 관련해 시중은행들의 신탁자산 운용흐름을 주의해 관찰해볼 필요도 있다. 은행의 신탁자산은 지난해 46.7%의 기록적인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전년의 52조원에서 77조원으로 수신고가 늘어났다. 신탁상품이 이처럼 크게 늘어났지만 주식시장에서 운용되고 있거나 앞으로운용될 자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은행들은 대체로 12-14%선의 신탁수익율을 보장하고 있지만 채권운용과 대출이 자산운용의 기본흐름인 만큼 주식을 무리해서 늘여야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올해는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거나 큰폭의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큰만큼 굳이 주식쪽에 자금을 묻어둘 이유는 없다고 할수 있다. 일부 주식에 동원되었던 자금들도 신탁자산의 경우 공모주등 발행시장의 안정적인 차익을 노려왔을뿐 대부분이 보수적인 운용방침을 지켜왔다. 여기에 자산운용외적 요인도 올해는 은행들의 주식투자를 위축시킬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주식투자를 지나치게 늘렸다는 내외의 비판은 이미 높아져 있다. "은행이익의 절반이상을 주식에서 채웠다는 사실은 은행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식의 곱지않는 눈들이 은행의 증권운용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기자본 지도비율도 장기적으로 은행들의행보를 묶어두고 있다. 지난해 9월말현재 이비율은 약10%선에 있어 지도비율 8%엔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운신의 폭을 좁혀놓고 있음은 사실이다. 증권사들의 주식매매는 역시 증권당국의 의사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기관투자가중 가장 활발히 주식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의 60%에 육박하는 높은 주식보유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이비율을 최대 50% 또는 그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고 이것이 증권사들의 매도러시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이미 증시에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매도자제를 결의했지만 결산기를 앞두고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1.4분기중에는 언제라도 경쟁적인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꾸준히 주식투자를 늘리는 곳은 보험회사들이다. 보험사들은 기관투자가중 가장 장기자금을 취급하는 곳인 만큼 주식투자에있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비교적 느긋하게 주식을 사모아갈수 있다. 지난해에도 보험사들은 연중 8천2백5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은행에 이어 제2의 투자세력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한바 있었다. 보험사들은 올들어서도 20일까지 1천6백억원어치를 사들여 기관투자가들중가장 활발한 주식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의 성격상 단기금리의 영향을 비교적 덜받는 만큼 보험사들은 앞으로도지난해 수준의 매수세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올해 증시에서는 보험과 투신이 주된 매수세력으로기능하는 반면 은행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매도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타 단자사와 종금사 연기금들이 있지만 시중 금리가 연 14%이상 또는 그이상에서 형성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주식비중을 크게 줄여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