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늦기전에 고금리시대 대비를

돈가뭄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은 은행권의 지준마감을 돕기 위해 지난3일 은행보유 국공채매입을 통해 6,000억원,만기통화채의 현금상환으로 3,800억원등 모두 9,800억원을 지원했으나 시중 자금경색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따라 하루짜리 콜금리가 연25%,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5.2%선에서 꼼짝않고 있으며 당좌대출금리가 연22%에 육박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지금의 자금부족및 고금리현상이 오는 3월까지 계속될 경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납부,배당금지급 등의 자금수요가 겹쳐 사태가 걷잡을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시장도 고금리추세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미연준리의 잇따른 금리인상,일본의 지진및 유럽의 홍수로 생긴 막대한 피해복구자금수요 등으로 조만간 우대금리가 두자리수로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처럼 국내외 금리가 동시에 높은 수준을 보임에 따라 우리기업의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고금리에 따른 증시침체로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증가가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경기침체를 불러오기 전에 정책당국은 서둘러 금리안정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이미 금리자유화가 상당히 진전된 마당에 정부개입에 의한 인위적인 금리하락은 부작용만 만들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자금수요를 줄이고 자금공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은 지나친 설비확장을 자제하고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금리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자금수급이 조절되는 금리자유화시대를 맞아 우리기업들은 더이상 과거처럼 우선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몸집키우기 경쟁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지난 80년대말 석유화학부문의 과잉투자로 대한유화가 부도를 내는등 유화업계가 몸살을 앓았지만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2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고금리로 국민경제전체도 큰 고통을 겪었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긴밀해져 가고 있으며 지금처럼 취약한 재무구조로는 효과적인 위기 관리가 어렵다. 이밖에도 거시경제적으로 경기과열예방을 통한 물가안정및 경상수지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강조되어야 한다. 물론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저축증대방안을 마련해 내자동원을 극대화하는 한편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통화관리방식을 개선하는등 자금공급측면의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결론은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관계당국과 기업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책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