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I면톱] 한국대기업 '주먹구구식 유럽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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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의 반덤핑대응에 맞서기 위한 한국 재벌들의 유럽진출이 거의 사전준비 없이 이뤄지고 있어 상당한 위험요인을 안고있다고 영국의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신문은 "유럽을 공략하기 위한 대도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재벌기업들의 유럽현지투자등 유럽진출 현황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 신문은 또 재벌들의 세계회전략에 따른 유럽 현지화에 상응할만큼 유럽기업들의 대한진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와함께 삼성이 작년 가을부터 영국에 4억5천만파운드 규모의가전단지와 굴삭기공장 건설을 발표한 바 있으며 대우도 대유럽 투자규모를현재 3백만달러수준에서 지난해 한국의 대유럽 직접투자 총액에 해당하는 13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늘리는등 한국의 재벌들이 앞다퉈 유럽진출에 나서고있다고 소개했다. 런던의 한 국제 경영컨설턴트사는 현재 유럽에 현지공장을 세우려는 한국기업들의 컨설팅의뢰건수가 40여건 이상에 달할 정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한국기업들의 이같은 유럽진출 러시가 고용기회 확대등 유럽에 긍정적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하면서도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나타냈다. 이와관련,현대의 유럽진출 전략에 대해 자문을 하기도 했던런던 시티대학의최종교수는 "한국재벌들이 현지 투자에 앞서 사전준비는 거의 없이 미국진출의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특히 중앙및 동유럽 진출을 예로 들면서 "일본기업들은 현지정보를 80%이상 수집하고도 현지 진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20%만으로도 진출을 강행한다"고 꼬집었다. 맨체스터대학의 김윤학연구원도 "한국기업들은 한 기업이 진출하면 나머지도 우루루 따라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한국이 유럽수준에 맞먹는 국내 시장 개방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한국기업의 유럽진출 러시가 수입장벽과 외국인 투자규제를 완화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글을 이와함께 유럽업계의 반덤핑제소 남발추세가 이같이 한국기업의 유럽진출을 촉진시킴으로써 자동차 산업에서 보듯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한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일본기업의 현지진출에 따른 생산능력 증가로 가뜩이나 과잉공급현상에 고전하고 있는 유럽자동차산업에 한국기업진출은 새로운 두통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