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찰, 부도혐의 전상만씨 인도않아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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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찰이 국내에서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한국인전상만씨(43.전우성산업대표)를 작년 12월26일 청도공항에서 검거한뒤 13일로 억류50일이 지나도록한국정부에 인도하지 않아 말썽이 되고 있다. 전씨를 검거한 연길시경찰은 특히 부도로 인해 국내 채권자들과 분쟁관계에 있는 전씨에게 빚을 청산하라고 협박하는등 "청부해결사"노릇까지 하는가 하면 주중한국대사관측이 뒤늦게나마 전씨의 한국인도를 요청하고 나서자 전씨에게 중국내에서 간첩행위를 자행했다는등 각종 죄목을 부쳐 계속 억류하고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곳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13일 "연길시 공안당국이 전씨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전씨가 중국에 도피해 있는 동안 혼춘시등을 드나들면서 북한과의 접경지역 사진을 찍었는가 하면 중국 해저탐사 기술의 설계도와 잠수함사진까지 갖고 있는등 간첩혐의가 짙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길시 공안당국은 또 전씨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전씨가 중국에 도피해 있는 동안 천진시에서 벌려온 원단사업과 아파트,자동차등 시가 2억여원 가량의 재산을 포기하는 동시에 현금 1억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길시 공안당국은 작년 12월26일 청도공항으로 입국하던 전씨를 비롯,전씨의 형인 전상용씨(49.(주)장수대표)와 이 회사 이사인 정경연씨(42)등 3명을 권총등으로 위협,폭행을 가하면서 자동차편으로 44시간을 달려 연길시 공안국으로 연행한뒤 이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해 전상만씨와 채권채무로 인한 분쟁관계에 있는 N모씨(38) 은행구좌에 5천1백만원을 강제로 입금토록 한 바 있다. 전상용.정경연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추가로 돈을 마련해 N모씨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강제연행된지 사흘만에 풀려났었다. 전상용씨등에 따르면 한국경찰은 당초 사건이 발생하자 이들 3명이 죄질이 매우나쁜 사기등 전과7범으로 강제납치되지 않았으며 연길시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도 없다며 계속 진실을 왜곡하다가 일부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외무부영사과에 전화를 걸어 "없던 일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돼 있는 N모씨는 또 대외비문건인 한국경찰의 사건수사결과 보고서까지 갖고 있으며 이 보고서에도 이들 3명이 사기등 전과 7범이거나 사기등 수배7건으로 기록돼 있으나 전상용씨는 전과사실이 없으며 정씨 또한 10여년전 당시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나 부정수표단속법및 유가증권변조등으로 구속된 적은 있으나 이미 시효가 지나 전과기록이 삭제된 상태라고 각각 주장,이 보고서의 허위 작성 여부및 대외 유출부분에 대한 사실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측도 한국경찰의 이처럼 의혹이 짙은 기록에 의존,전상만씨등에대한 폭행여부 규명및 신병 인도에 무성의한 자세를 보이다가 일부 언론의 보도로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서야 전씨의 신병인도를 중국측에 요청하는등 재외국민 보호에 안일하게 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중대사관의 조상훈공사는 이날 한국특파원들에게 "그동안 공식경로를 통해 중국정부측에 전씨의 조속한 신병인도를 강력히 요청해왔으며 이에 따라 수일내로 전씨의 신병이 한국경찰에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외에도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했던 하얼빈 한성린커스식당주인 장춘피살사건 상해회사원 피살사건 연길여행안내원 폭행사건등 많은 강력사건의 범인들이 아직까지 체포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들이 터무니없는 바가지 술값시비나 사기.폭행사건등에 휘말리는등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음에도 우리 대사관측은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어 중국에서의 재외국민 보호에 무력감을드러내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한편 북경의 한국교민들은 "미국이나 일본,서유럽국가의 국민들이 중국에서 살해됐거나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했다면,중국정부가 범인 체포에 이처럼 늑장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독립주권국가의 자존과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 보호등을 위해서도 우리 정부가 중국측에 따질 것은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