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장동규 <동양제과 총무담당이사>..'스키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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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을 가르며 경영을 생각한다" 다소 언밸런스한 얘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미 일상처럼 되어버린 일이다. 구비치는 구릉위의 하얀 눈을 가르며 달리는 스키 플레이트 위에서의 속도감은 단순한 빠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햇빛에 반사되는 순백의 눈위에서 나는 종종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 그림의 내용은 미리 가보는 내 삶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회사의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내 직분에서 오는 업무에대한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다. 달리는 순간 만큼은 잡념과 그 동안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해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수 있는 아이디어를 예의 그 속도에서 얻곤 한다. 그리고 달려내려 올때의 그 시원한 기분은 타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할수 없다. 파란 하늘과 하얀눈이 맞닿아 있는 듯한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그 쾌감은 실로 스키어가 아니고서는 느낄수 없는 일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만 되면 스키장비를 둘러메고 훌쩍 강원도 산골로 떠나는 습관이 생긴지 벌써 5년이 되었다. 내 고향은 바다 색깔이 푸르른,시인 청마의 고향인 충무이다. 유년시절,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뛴 덕분에 어릴 때부터 스포츠라면 뭐든지 좋았다. 뛰고 치고 달리는 속에서 내 삶의 건겅도 꼭 뛰는 그 만큼씩 좋아졌던 것 같다. 내가 스키를 타게 된 계기는 임원이 된 뒤부터였다. 5년전 평소 스키를 즐기시는 우리 회사 담절곤 그룹부회장님께서 연초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임원세미나를 답답한 실레에서 벗어나 겨울의 신선함이 있는 스키장에 가저 자연과 더불어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우리 회사는 매년 2월경 임원세미나를 스키와 더불어 하게 되었다. 하얀 눈새계 속에서 회사의 1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그리고 그 신선함 만큼이나 갖가지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세미나 동안 속출하였다. 경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스키실력에 대한 조인과 실기를 서로에게 격려해 주며 또 눈위에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에서 서로 파안대소를 한다. 그 파안대소는 이미 커뮤티케이션의 출발이다. 눈 위에서 몸과 몸이,웃음과 웃음이 서로 교차한 이후의 세미나는 Identity 를 연출해내는 명배우들의 연기장이 된다. 이런 임원들의 분위기 탓인지 재작년인가,우리회사는 사원들이 스스로 스키서클 동우회를 조직하여 스키시즌 4개월 내내 주말이면 단채로 속도의 젊음과 낭만이 있는 스키장으로 떠난다는 얘길 들었다. 회원수 또한 희망자가 너무 많아 내부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상황이란 얘기도 들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아마도 머지않아 우리 회사는 전사원이 참가하는 스키세미나나 스키대회가 개최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작년인가 청주지역 주재이사인 안정규 전무는 언덕길을 신나게 내려가다 잠깐 실수,미끄러져 다리를 약간 삐끗해 그후 몇달간 깁스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올 임원세미나에서의 그의 모습에서 마치 스키세계 챔피언 톰바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바로 그런 모습에서 나는 우리회사의 경영모습을 엿보게 된다. 잠시 힘든일이 있었을지언정 그뒤 다시 전혀 새롭고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우리들이 스키를 즐기는 이유중 가장 큰 것일 게다. 스키는 정말 이상스럽게 사람을 젊게 만든다. 또 젊은날의 낭만을 직접 느끼게 한다. 그래서 눈만 내리면 괜히 나의 맥박수는 빨라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젊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