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OECD 가입과 금융 낙후 .. 이필상 <고려대 교수>

정부가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신청서를 지난 29일 공식 제출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가입조건 협상을 거쳐 내년도에는 정식회원이 될 전망이다. OECD가입은 우리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무한경쟁을 이기고 세계중심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수 있다. 특히 OECD가입은 기존의 낙후된 경제운용제도나 관행을 고치는데 거부할수 없는 외부압박요인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된다. 그러나 OECD의 성급한 가입은 방어능력이 부족한 우리경제를 국제적위험에 밀어넣을 가능성이 있다. OECD가입후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국제투기자본에 의한 경제의 거품화현상이다. 우리경제는 자생적인 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통화증발->인플레이션과 투기->고금리와 기업자금난->다시 통화증발의 악순환"이 오래전부터 구조화 되어왔다. 여기에 OECD가입으로 자본이동이 자유로와질 경우 해외투기자금의 대거유입은 제2의 통화팽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제의 구조적 악순환을 확대할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투기로 들뜨면서 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실물산업이 부실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본자유화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하던 멕시코가 최근 위기를 맞은 것은 바로 이러한 투기거품에 의한 것이다. 자본거래를 무모하게 자유화할 경우 우리경제는 멕시콩의 전철을 밟을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GNP 대비외채와 무역적자의 비율이 낮아 급박한 멕시코와 같은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경제의 거품화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면서 서서히 유발되는 구조적 피해는 피하기 어렵다. OECD가입에 대한 우리경제의 취약은 근본적으로 금융부문의 낙후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금융부문의 의무규약 준수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자본이동자유화규약 91개항목준 11개항목만이 충족된 상태이다. 또한 자본거래 자유화율은 60%정도인데 이는 OECD선진국의 일반 수준인 96%수준에 상대가 안될 정도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OECD가입을 위해서 자본거래 자유화를 무리하게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자본거래의 자유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없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 관료주의의 굴레속에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다. 우선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국민경제의 안정을지켜야 할 중앙은행은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라 자동적으로 통화를 증발하는하수기관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상적인 금융중개를 통하여 자금 흐름의 정상화를 보장해야 할 은행들은수신고경쟁에서 스스로 지하금융에 발목이 묶여 편법과 음성거래의 한계를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건전한 투자와 자본형성을 유도해야 할 증권시장은 기관투자가들과큰손들의 도박장이나 다름없다. 최근 세계은행의 보고에 의하면 71개 비교대상국중에서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중립성은 64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상위 5대 시중은행들의 평균 자산규모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은행은 일본은행의 8%, 미국은행의 20% 수준이다. 일본은행들은 세계 100대 은행에 26개가 포함되어 있으나 국내시중은행은다 합해도 세계에서 20위 정도밖에 안된다. 실로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낙후성과 영세성은 심각한 상태이다. OECD가입의 최대 위협이 외국투기자본에 의한 경제의 거품화라고 볼때선결과제로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금융의 구조개혁이다. 그동안 수많은 금융산업발전방안이 정부에 의해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금융산업의 기본골격이 바뀌지 않은채 피상적인관료주의적 대응의 반복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변화에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관료주의를 과감히타파하고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운명을 원점에서 다시 결정할 수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즉 금융을 정부의 경제지배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진입장벽 업무통제 등 정부의 규제를 완전히 제거하여 각 금융기관들이 적자생존의 원칙하에스스로 살 길을 개척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완전한 자율환경이 보장된 상태에서 각 금융기관들의 통폐합과 업무조정은 자생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될때 국내금융산업은 자연히 대외경쟁력을 갖추며 개방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정부가 관료주의 기득권 유지차원에서 계속 금융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않을 경우 우리경제는 개방의 위기를 피할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한 자율화를 허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한편 OECD가입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개방관련 규약을 유보하거나 면제하는장치를 확보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협상에 대한 정보와 이해부족으로 우루과이라운드협상때 보였던 것과 같은허점을 다시 보여서는 안된다. 정부는 주도면밀하게 협상에 대하면서 OECD가입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유도하는 것을 국민에 대한 최후의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