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80엔대 붕괴] 협상유리 방관 .. 미국의 입장

[ 뉴욕=박영배특파원 ]미국은 달러당 80엔이 무너졌는데도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올것이 왔다는 식의 분위기이다. 그동안 일부 경제학자들과 외환시장 달러들이 60엔대까지 점쳤던 것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다. 미국은 달러가치 폭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알아서 할일이라면 일단 일본쪽에 공을 넘겨놓고 반응을 살피고 있는 중이다. 달러화부양을 위해 논의돼 오던 미국의 여러 대책도 지금에 와선 회석돼 버렸다. 첫째 시장개입이 무력해진 것이다. 미국은 급전직하 떨어지는 달러화를 떠받치기 위해 그동안 몇차례 시장에 개입했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그나마도 최근에 와서는 개입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하루에 수천억달러가 거래되는 외환시장에서 고작 3백억달러 정도의 환안정기금으로 역부족인 것을 확인만 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루빈 재무장관의 견해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개입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확히 시기에 적당하게 개입해야 효과가 있지,잘못하면 시장혼란만 야기시킨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둘째는 금리인상 가능성도 사라졌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5월23일 열리는 공개시장조작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아 엔화가 안정세로 가는듯 했다. 그러나 최근에 잇따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이러한 기대를 완전히 무산시켰다. 신규주택건설판매 주택및 빌딩허가,소매판매등이 하락국면에 접어 들었고,당초 기대와는 달리 산업생산과 설비가동,고용재표등이 모두 좋지 못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도매물가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인플레압력이 없는데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준리(FRB)이사인 알렌 브라인드씨는 19일 미국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며 금리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셋째는 환투기자들의 마음을 바꿔 놓을 만한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한때 일본의 종합경제대책발표를 앞두고 투기심리가 진저오디는듯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자 다시 투기심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방관자적 태도가 엔사태를 이용,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