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세계화'로 변신 선언..프랑스 등 해외공장건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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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은 이제 의미가 없다. 메르세데스가 만든 사실이 보다 중요하다" 다임러벤츠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메르세데스벤츠사가 금년초 프랑스에 "스위치 모빌"이란 초소형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후 던진 일성이다. 자동차의 98%를 국내에서 생산해온 메르세데스벤츠. 이 회사가 돌연 프랑스에 자동차공장을 세우기로 한것은 그룹의 경영전략이획기적으로 바뀔것임을 예고해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벤츠=독일산"이란 기존 등식을 무더뜨리고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강력히 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임러벤츠가 국내생산 위주의 기업전략을 버리고 이처럼 과감한 변신을 서두는 이유는 무었일까. 한마디로 벤츠차의 질과 명성에 의존,"독일산 벤츠"만을 고집하다가는 세계화시대에 뒤처질수 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결과였다. 실제로 이 그룹은 지난 93년 전후 처음으로 경영적자를 경험했다. 에드자드 로이터 현회장이 취임한 87년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이 그룹은 93년 18억4천만마르크 상당의 순손실을 냈다. 그룹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영난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이 그룹은 "변하느냐 망하느냐"는 햄릿식 구호를 내걸고 대대적인변신을 시대했다. 바로 "세계화"였다. 굳이 기업환경이 나쁜 독일에서의 생산을 고집하거나 유럽의 고소득층을 겨냥, 고급세단형 자동차만을 생산하는데 안주할수는 없었다. 실례로 독일의 인건비는 임금수준이 높은 프랑스보다도 20%나 높다. 근로시간은 금년말부터 주당 35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게 된다. 노조파워가 강해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에너지가격도 프랑스보다 30% 비싸고 법인세도 높다. 따라서 차한대를 독일에서 만드는 것보다 프랑스에서 생산하는게 어림잡아도 5백마르크정도 싸니 5억5천만달러짜리 대규모 자동차공장을 프랑스에 세우는 것은 당연한 선택인 셈이다. 또 벤츠차의 우수성에 비해 판매실적이 유럽내에서도 10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하면 고객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이다. 고급형 위주에서 벗어나 소형및 스포츠카에까지 기종을 확대, 미국및 개도국의 고객을 끌어들여 양적성장도 해나가겠다는 애기다. 이 회사는 이를위해 즉시 인도와 남아공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내년부터는 미국 알라바마주에서도 스포츠카를 생산할 계획이다. 프랑스공장까지 가동되면 현재 2%에 불과한 해외생산 비중이 10% 이상으로늘어날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93년에는 독일업체로는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남아공 현지공장에서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를 생산하고 캘리포니아에 연구소설립, 프랑스 소프트웨어사 매입등 외국과의 협력관계를 넓히는 작업에도 열중이다. 동시에 구조개편작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를 개편하는 한편 조기퇴직제를 도입, 근로자의 20%인 7만2천명을 감원했다. 이를위해 쏟아부은 자금규모가 25억달러에 이른다. 그결과 이 그룹은 적자를 낸지 1년만인 지난해 10억마르크의 경영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더많은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임러 벤츠가 이제 잠에서 깨어났다"는 한 임원의 말처럼 이 그룹은 이제 세계속의 벤츠를 정립하는 작업에 온갖 정열을 쏟고 있는 것이다. [ 슈투트가르트=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