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IPI 서울총회 '독일통일의 교훈'..공노명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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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4차 국제언론인협회(IPI) 서울총회 첫날인 15일 개막식에 이어 호텔롯데사파이어볼룸에서는 400여명의 각국 언론인이 참석한 가운데 ''약진하는 한국'' ''독일 통일의 교훈''을 주제로한 세미나가 열렸다. 다음은 ''독일통일의 교훈''이란 제목의 공노명 외무장관의 주제발표내용을요약한 것이다. =======================================================================[[[ 통합정책의 문제 ]]] 분단국 외무장관으로서 세계 언론인들 앞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국 통일에 던져주는 시사점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독일 통일은 동.서독 국민들은 물론 국제정세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할만큼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여기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국제정세의 획기적인 변화이다. 냉전체제하에서 서방과 정치.군사적 대결을 지속해온 소련은 군사력증강정책이 경제낙후를 초래했음을 깨닫고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는 한편 동독에도 개방과 개혁을 간접적으로 촉구함으로써 동독 공산체제 붕괴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 독일 통일의 두번째 동인은 의회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바탕을 둔 서독의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으로 인한 강한 흡인력이다. 서독은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성급히 정책을 추구하지 않고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독과 교류.협력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 유지에주력했다. 세번째 요인은 국제협조를 유도해낸 서독의 뛰어난 외교역량이다. 서독은 유럽국가들에게 통일독일이 인접국들을 위협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켰으며 경제협력차관 제공 등을 통해 통일의 최대 장애인 소련의 반대를 극복해냈다. 우리가 독일 통일에서 배울 것은 이러한 통일성취과정과 통일후 진정한 통합을 위해 독일정부가 취한 제반 정책들이다. 첫번째 교훈은 통일을 달성하려면 국제정세 변화를 면밀히 파악, 통일 기회를 적시에 포착해서 추진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독은 냉전종식과 더불어 소련의 동구정책이 변하는 것을 기민하게 간파하고 이를 활용했다. 두번째 교훈은 사회.경제적 통합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동독정권이 2차대전후 무상으로 강제몰수한 토지등에 대한 재산권을 원소유자가 반환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돌려주기로 함으로써 법정소송이 빈발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같은 재산반환정책은 결국 동독지역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고 있어 통일후북한지역내 토지에 관해 심각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냉전 종식은 남북한의 대외관계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한국은 동구제국및 중국 소련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치적 고립과 경제난국이 심화되는 과정을 걷고 있다. 90년부터 북한경제는 연평균 약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극심한 에너지.식량난을 겪고 있다. 남북관계는 대화와 대립의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냉전체제 종식과 함께 남북간에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합의되는 등 화해무드가 고조되고 통일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과 핵위협 정책으로 인해 무산되고 한반도에는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지도층은 정치.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이를 무기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집착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 통일을 맞을지는 미지수이다.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대화를 포함,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경수로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이상 한국형 경수로를수용하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또 우리가 경수로 제공을 주도하겠다는 진정한 의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는 한편 북한이 경제위기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진정 현재의 경제.사회적 난국을 극복하고 체제를 유지하며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먼저 동족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북한 당국은 대외채무가 1백억달러를 넘고 국제신용이 추락된지 오래인 북한을 위해 식량과 경제원조를 제공할 나라는 없다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논리를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한국정부는 결코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남북한 공존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한간에 조속한 시일내에 대화를 재개하고 북한이 조속히 국제사회의 건전하고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길 바란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남북이 상호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분단의 일방당사자인 북한 스스로의 개혁, 즉 인권을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시간은 북한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독일 통일의 교훈은 한국은 물론 북한당국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고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