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이대론 안된다] (중) 왜 만성적자 헤매나

이수휴보험감독원장은 지난4월24일 극히 이례적으로 자동차사고 감축대책을 발표했다. 보험감독원과 손보업계가 교통사고 줄이기운동에 앞장서기 위해 법규위반차량을 통보하면 1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고 전국적인 교통안전 가두캠페인을 전개하겠다는게 골자였다. 감독원 본연의 업무인 보험감독과는 "다소 동떨어진"정책을 내놓은 건 만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자리에서 이원장은 "교통사고로 하루에 평균 28명이 죽고 9백61명이 다치는 현상황에선 자동차보험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무사고 가입자 15명이 내는 보험료로 사고를 일으킨 1명을 뒤치다거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게 자동차보험 누적적자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손보업계가 주장하는 자동차보험 적자는 쉽게 말해 가입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보다 지출되는 보험금이 더많다는 얘기다. 연간기준으로 사상최대의 적자를 낸 93사업연도(93.4~94.3)의 경우를 보자. 이기간동안 손보업계는 3조3백97억원의 보험료를 거둔 반면 각종 사고에 따른 보험금으로 3조1천5백50억원 인건비등 사업비로 6천9백8억원이 쓰였다. 총3조8천4백58억원이 나가 손보업계는 무려 8천61억원의 적자를 본 셈이다. 이같은 적자경영에 대해 손보업계는 몇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사고발생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94년 우리나라 사고율은 3.9%,전년동기보다 0.7%포인트나 낮아졌지만 일본과 영국(93년)의 1.1%와 1.2%에 비해 3배이상 높다. 차량 1만대당 사망자수를 보면 우리의 경우 14명에 이른 반면 영국과 일본은 1.5명과 1.7명으로 각각 9.3배와 8.2배나 많다. 또 보험료 수준도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1천만원짜리 자가용승용차의 출퇴근용(10년무사고)등 동일한 가입조건일때 우리의 보험료는 연간 30만원인데 반해 미국은 1백59만원 프랑스는 1백30만원 영국은 1백4만원이며 일본도 42만원대에 달한다. 국민소득 물가수준등을 감안해도 우리의 보험료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고 손보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89년이후 자동차보험료는 연평균 1.8% 인상됐으나 대인보상금의 지급기준인 정부노임단가는 24.6% 오른 것을 비롯해 의료수가 7% 정비수가 12.1%등 보험원가를 구성하는 요인들은 모두 보험료인상수준을 크게 웃돈데도 그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가 만성적자상태에서 허덕이는데는 손보업계의 관리부실에도 그 원인이 있다. 보험감독원이 최근 인천 수원 대전 대구등 4개 도시 39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자실태조사결과 자동차보험환자 4백84명중 57명이 특별한 이유없이 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의 환자중 1명정도는 이른바 "꾀병"환자인 셈이다. 이는 보험금지급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할 손보사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자동차보험 적자를 심화시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보험감독원이 이달들어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특별점검반을 구성,의료비 차량수리비와 관련된 부조리를 암행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보험사 보상직원이 병의원이나 정비업체와 결탁,의료비를 과다청구하거나 차량수리비를 허위청구하는등 보험금 누수현상이 비일비재했음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보험료수준을 포함한 현재 자동차보험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국내 손보업계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릴수 있다는데 있다. 손보협회는 현제도를 그대로 둔다는 것을 전제로 향후 영업수지를 전망한 결과 95년 6천9백억원 96년 6천5백억원 97년 8천9백억원등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통상직전 1~2년간 손해율추이를 감안해 그때그때 조정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게 보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사에 들어온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적어 이익이 나면 보험료를 그만큼 낮추고 반대의 경우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자동차보험료 체계는 매년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91년 3.4% 인상한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왜곡돼 있는 보험가격구조를 시정하지 않는한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할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