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콜레라 이야기 .. 주경식 <전 보건복지부차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무서운 병으로 흔히 나병, 페스트등을 드는데콜레라 또한 급속한 전염성으로 인해 이들 못지않게 우리를 괴롭혔던 병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콜레라에 관한 첫번째 기록은 순조21년인 18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양성 안팎에 유행괴질이 번져 토사끝에 죽는자가 보름동안 1,000여명이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콜레라는 인도에서 유행하다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번진 병인데,이듬해까지 기승을 부려 팔도에서 수십만명이 죽었다. 해방후에도 다섯차례나 유행하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낸 콜레라는 그 전염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전파를 막지 못하면 무서운 기세로전염되곤 한다. 한명의 환자만 발생해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것이 이때문이다. 80년 전남 해안지방에서 시작된 유행은 마침 중추절 직전으로 수백만명의 이동에 따라 전국에 확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방역요원이 총동원되어 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보건교육을 하고 비상예방접종을 하였다. 91년 충남에서 시작된 유행은 근해에서 잡은 생선이 오염원으로 지목되어 초비상에 돌입하였다. 생선횟집 포장마차영업을 중단시키면서까지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더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다. 당시 불편을 겪었던 분들께 죄송한 심정이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불가피한조치였던 까닭에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페스트나 콜레라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건정책담당자로서 펴는 정책들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간혹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영세업을 하는 분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이런 정책을 취하지 않을수 없을때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콜레라는 자생적인 것이 아니고 외국의 것이 유입된 것인데 91년이후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지역에서 아직 콜레라가 유행중이며 이지역 여행중 콜레라에 감염되어 입국하는 사람들이 94년에 36명이나 되었다. 올 여름에는 해외여행중에 콜레라에 전염되어 입국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모두가 예방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