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 보비 존스를 추억함 .. 소동기 <변호사>

1930년 28세의 나이에 당시의 메이저대회라 일컫던 영국오픈과 영국및 미국의 마아추어선수권을 독차지한 보비 존스가 골프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보비가 없는 골프계는 파리가 없는 프랑스와 같다"고 써 그에 대한 찬사와 석별의 정을 표시했다. 한편 언제나 미국에 대해서 심통을 부리는 영국인들조차도 상대가 보비가 되면 전혀 달라졌다. 특히 스코틀랜드지방의 보비 존스에 대한 열광은 대단해서 그가 세인트앤드류스에서 골프를 하는 날이면 시가지가 텅 비어버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 보비는 말년에 척수공동증이라는 괴병에 걸려서 죽을 때까지 휠체어를 타야 했다. 그래서 때론 아주 신경질적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자신의 품위와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았다. 1971년 죽기 사흘전에 척수공동증에 시달리던 보비는 친구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이렇게 편안한 것인 줄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토록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네" 그런때문인지 벤 크렌쇼는 어느날 기자들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정찬의동반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비 존스다. 반드시 골프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단다. 보비 존스가 척수공동증의 진단을 받고 휠체어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않았을 무렵이었다. 매일같이 그의 사무실에는 그의 괴질을 걱정하는 편지가 끊임없이 날아 들었다. 그중에 자신응 암환자인 요크셔의 죤 헨드릭이라고 소개하고는 다음과 같이 쓴 편지도 있었다. "어쩌면 내년 봄을 맞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폐도 위도 온통 암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다리는 괜찮습니다. 그래서 저는 온종일 하느님께 빌기 시작했습니다. 주여, 제가 사랑하는 보비에게 저의 다리를 갖게 하여 주십시오.만약 다시한번 그가 일어서서 골프를 치러 오게 된다면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죽어가겠습니다. 하느님, 부디 저의 다리를 그에게 주소서.제발 보비에게 저의 다리를 주시라는 말입니다" 직업으로서의 골프를 그만 두고 변호사로서 살다간 보비 존스의 일화를떠올리면 "덕향역풍훈이요, 덕인편문향이라"던 글귀의 화신을 보는듯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누가 뭐라해도 골프를 좋아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