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 기고 : 홍찬기 <대한석유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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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산업은 최근 시장경쟁원리를 수용해야하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경제의 자유화 개방화 추세에 따라 정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반해 업계의 수용자세는 그리 민첩한 편이 못된다. 정유산업은 그동안 석유관련 산업 전부문에 가해진 정부의 강력한 행정지도와 법적 규제로인해 민간 기업으로서의 창의력이 억제되어왔다. 이 후유증때문에 자율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고 국제경쟁력을 배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유산업의 자유화와 개방화에 대비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정유회사들의 취약한 기업체질을 북돋워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규제를 하나씩 풀어야 하겠지만 정유회사에대한 정부의 이익규제가 시급히 철폐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이 사내의 이익유보를 통해 투자자금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또 이익규제가 철폐돼야만 기업이 경영합리화를 통해 기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경영혁신을 추진할 맛이 더 날 것이다. 이같은 맥락으로 정유회사에대한 경영여건도 국제관행에 맞게 뜯어고쳐 주어야한다. 예컨대 원유도입시 적용되는 공급자신용 (shipper"s usance) 의 기간이 그것이다. 국제관행을 쫓아 외국정유회사들이 사용하는 기간정도로 우리의 공급자신용기간을 다시 늘리는 방안이 검토돼야한다. 정유정제업과 수출입업이 앞으로 자유화되고 대외개방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주유소 확보를 위한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정제시설을 고도화하거나 저장시설을 확충하는등의 정유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급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진짜 고민거리이다. 이를 막기위해선 대리점과 주유소등에대한 유통마진을 현실화하여 석유류업계에 효율적 경영을 유도해야한다. 정유업계에서 건전한 경쟁질서를 확립하여 경쟁의 과실을 소비자가 향유하도록 하는데 업계와 정부가 공동보조를 취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현재 정유업계는 국내소비의 증가와 민간비축의 확대계획에 따라 저유시설의 확충에 노력하고 있으나 지역주민의 저항으로 부지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대한 해결책으로 공업배치법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저유소시설이 용이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