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조류 경영 새흐름] 일본 퇴직기술자 '모시기 경쟁'

절삭공구를 생산하는 부천 소재 해동특수정공 정창길공장장(37)은 "최고제품"을 만들어 현대자동차에 납품는게 목표이다. 그래서 정공장장은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공정개선노력을 하면서 일본퇴역기술자의 자문을 받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공장장은 이달말까지 기술자문을 해줄 일본퇴역기술자를 선정, 8월중순부터 신세품개발과 생산성향상 작업에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해외기업과의 기술제휴가 쉽지 않고 일본 절삭공구기술수준이 높기때문에 일본기술자에 눈을 돌렸다것. 이같은 사례는 해동특수정공뿐이 아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부족한 제품생산기술과 품질관리 설계기술등을 일본에서 흡수하기위해 해외사업부서에 일본퇴역기술자 "스카웃특명"을 내리고있다. 기업들이 일본퇴역기술자를 찾아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자체 개발이 어려운 기술을 첨단기술보유자로부터 배워야할 필요성(한국기업)과 정년을 맞거나 연공서열 인사관리체계가 깨지면서 일자리를 잃은전문가(일본기술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때문이다. 재계는 합작사와 기술도입 제휴선을 통해 일본퇴역기술자를 물색하거나 임직원이 출장길에 전기전자.기계분야등의 기술자를 찾아나서기도 한다. 또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나 중기진흥공단 창구를 활용해 일본퇴직기술자 보유기관등과 접촉하고 있다. 해외생산법인으로 발령을 받은 기술자도 스카웃 대상이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기술자를 활용하려는 분야는 주로 자동화사업과 기계제품설계 생산관리 품질관리기술등이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송성기사업부차장도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본기술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제, "그러나 회사의 제품성격에맞는 일본기술자를 뽑을 경우 생산성향상과 기술개발에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델슨전자(광명)와 해동특수정공사(부천) 우성전자(구미) 금성정공(대구) 우주산업(김해)등은 중기진흥공단을 통해 해당 분양의 일본기술자를 찾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4일 방한한 일본 키타큐슈우지역 퇴역기술자보유기관의 현장실사가 끝나는대로 8월초부터 일본기술자를 받아들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 기아기공 화천기계등 공작기계업체들도 일본내 판매법인이나 그룹 상사주재원을 통해 지역별 기술별 일본퇴역기술자의 파악에 나섰다. 중기진흥공단은 지난해초부터 전기 전자및 기계 금속 섬유 화공 염색업체들이 일본퇴역기술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올들어 현재까지 70여개 업체(1백20여건)가 일본기술자를 받아들인것으로 집계했다. 국내 기업은 일본퇴역기술자를 데려오기위해 항공료와 보험료 기술료등을 포함해 월평균 1천5백만-1천7백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일본기술자의 국내 체류기간은 보통 3-6개월이지만 기술수준과 이전정도에따라 체류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일본퇴역기술자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국내 기술자와 일본기술자간에 언어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것. 우리와 일본기술자의 "일하는 방식" 차이도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것. 국내 기업이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는데 반해 일본기술자들은 작업장 정리정돈에서 생산까지 전과정의 개선을 추구하는것이 보통이기때문이다. 한일양국의 문화적인 차이는 상호불신을 낳기까지 한다. 일본기술자들은 우리의 문제점을 알더라고 단정적으로 지적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 기술자로부터 "별로 배울게 없다"는 혹평을 받기 일쑤라는것이다. 이에대해 화천기계 계열의 TPA한국(자동차부품자동화생산시스템) 노창준대표는 "일본 기술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지만 우리도 단기간에 결과를 기대하는것은 금물"이라며 "2-3개월간의 기술전수과정만 보고 일본기술자의 수준을 속단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본퇴역기술자를 도입했으나 점차 대기업도 가세하는 추세"라며 "올연말까지 3백여명의 일본기술자들이 우리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게 될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일부 일본기업들은 기존 연공서열방식 위중의 인력관리방식에서 탈피,고령이거나 자사의 기술개발수준에 맞지 않는 기술자를 명예퇴직등의 방식으로 해고하고 있다. 일본 키타큐슈우지역의 경우 이렇게 퇴직한 "선진기술"보유자 2백여명이 모임을 결성,한국등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측은 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