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범위 어느선까지냐" .. 지폐유출사건 파장과 문제점

.한국은행은 내부직원의 화폐유출과 관련,청와대측이 "엄중문책"을 강조하자 "문책범위가 어느선까지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특히 조만간 정부의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김영삼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하면서 김명호한은총재를 경질대상에 포함시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실정.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지점 현금유출사고의 처리과정에서 실수한 한은 관련인사를 모두 문책하겠다는 것은 한은의 최고책임자인 김총재를 간접 겨냥한 것 아니냐"고 해석. 그는 지난 6월 조폐공사의 지폐도난 사건때 오세민사장이 즉각 경질됐던점을 상기시키기도. 그러나 한은 관계자들은 "사고발생당시 한은이 이를 재정경제원에게 보고한 만큼 문제가 있었다면 재경원 고위관계자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따라서 문책범위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 .말레이지아를 방문중이던 김명호총재는 17일 밤 말레이지아 중앙은행총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가 사고소식을 듣고 곧바로 싱가포르를 거쳐 18일 오후 귀국. 김총재는 당초 19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김총재는 오후 4시경 귀국후 한은사무실에 도착,기자들을 만나 "사건의 내용은 실무자들이 설명한 그대로"라며 "다음에 자세한 얘기를 하자"는 말만하고 수행비서조차 대동하지않은채 한은을 떠나 행선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은의 이번 지폐도난 사건은 지난 6월 옥천조폐창사건과 마찬가지로 내부 관리소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 우선 사고를 일으킨 김태영씨가 서무직원신분으로 훼손된 지폐를 분류해 절단하는 자동정사기의 기계유지수선업무를 맡아왔다는 점이다. 82년 한은에 입행한 김씨는 국졸출신으로 청소나 잡일을 하는 직책이었으나한은측에서 인력부족을 이유로 김씨에게 정사작업의 일부를 도울수 있도록 했다는 것.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한은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고의적으로은폐할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점이다. 한은은 당시 김씨로부터 1만원권 55장을 빼냈다는 진술만을 듣고 성급히 조사를 마무리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지점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있는지를 조사하지 않는등 사태확산을 막는데만 급급했다는 평을 듣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