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지역을 가다] (17) 쿠바 <상> .. '메트로 버스'

쿠바 수도인 아바나시에서는 화물트럭에 세칸짜리 차량을 연결해놓은 버스를 누구나 쉽게 볼수 있다. 쿠바사람들은 이 차를 "메트로 버스"라고 부른다. 메트로는 스페인어로 "지하철"이라는 뜻을 갖고있다. 쿠바정부는 지난89년 아바나시 지하철건설계획을 발표, 전체설계의 80%까지 끝냈다. 그러나 동구사회주의 국가들과 소련의 붕괴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하철관련 기술과 설비를 이들 사회주의국가로부터 들여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송하기 위해 지난93년부터 생산된 화물차량연결버스를 "메트로 버스"로 부르는 데에는 "지하철건설"이라는 쿠바인들의 좌절된 꿈이 배어있다. 80년대초부터 시작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도 80%까지 진척된 상태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소련등 동구권국가로부터 설비와 부품들을 가져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쿠바의 경제사정이 얼마나 나빠졌는가는 전기와 교통분야만 봐도 쉽게 알수있다. 쿠바는 요즘 하루 8~10시간씩 단전을 실시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내보냈던 TV방송도 6시간으로 줄였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좌절된데다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석유마저 부족, 전력공급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버스운행횟수도 크게 줄었다. 하루 2만7,000회씩 왕복운행하던 아바나시 버스교통이 지금은 9,000회로 감소했다. 메트로 버스를 만들고 10만여대의 자전거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도 에너지부족 때문이다. 또 공산당기관지 발행마저 크게 줄었다. 89년 이전까지 매일 120만부씩 발행되던 쿠바공산당기관지"그란마"가 요즘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일동안 하루 50만부씩 나오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