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의식의 전환 .. 김창희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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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다니던 차를 손보기 위해 원효로에 있는 정비공장에 갔다가 놀란 사실이 한가지 있다. 여러대의 새차가 형체를 살려내기 어려울 만큼 부서지고 찌그러진 상태로 서 있었다. 왜 새차가 저 지경이 됐을까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한사람이 그중 어떤 차를 가르키면서 "이차는 고쳐 나간지 이틀만에 다시 이렇게 대파된 상태로 끌려왔다"며 "이차 주인은 다시 운전해도 또 사고를 낼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동안 수많은 사고차를보아온 경험으로 알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어떤 강연회의 강사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보통 잘살기 위한 노력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노력하면 누구나 잘살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못사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인가 못살 수밖에 없는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일생동안 되풀이하다 보면 못사는 사람이 되어있는 수가 적잖다는 얘기였다. 반대로 부자는 잘살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두 경우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그 강사의 말이 상당부분 옳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자동차사고를 내는 사람도, 못살짓을 계속하는 사람도 일부러 사고를 내겠다거나 못살짓을 해야겠다고 작정하며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잘못된 습관과 사고방식으로 인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문제가 있으며 이는 결국 같은 유형의 의식구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사고나 의식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아래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래야 문제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최근 모 대기업이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 "부인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변화에 대처, 감당하는 능력이 다름아닌 의식전환에 있음을 꿰뚫어본 데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